경기 둔화와 미·중 갈등, 노란봉투법 등 복합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주요 그룹들이 예년보다 한 달 빠른 인사를 예고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경기 둔화와 미·중 갈등, 노란봉투법 등 복합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주요 그룹들이 예년보다 한 달 빠른 인사를 예고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글로벌 경기 둔화와 미·중 갈등, 노란봉투법 등 복합 위기에 직면한 재계가 예년보다 한 달 가까이 빠른 인사에 나선다.

8일 재계에 따르면, 주요 그룹들은 내년에도 금리·관세·환율 등 불확실성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위기 극복을 위한 조직 재편과 세대교체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재계 1위 삼성전자는 다음 달 사장단 인사를 단행할 가능성이 크다. 통상 12월 초 이뤄졌던 인사를 최근 2년 연속 11월 말로 앞당긴 만큼 올해도 시기가 비슷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재용 회장이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난 뒤 처음으로 단행하는 인사라는 점에서 ‘뉴 삼성’ 체제의 방향을 가늠할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신상필벌 원칙을 유지하되 조직 안정에 방점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를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은 지난해 대대적인 쇄신을 마친 만큼 안정 기조가 예상된다. 반면 고(故) 한종희 부회장의 별세로 디바이스경험(DX) 부문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노태문 사장은 이번 인사에서 정식 DX부문장에 오를 가능성이 유력하다.

그룹 내부에선 ‘콘트롤타워’ 복원 움직임에도 관심이 쏠린다. 삼성글로벌리서치 산하에 신설된 ‘경영진단실’이 그룹 전략조정 기능을 일부 회복했다는 해석이 나오면서 이번 인사를 계기로 경영 체계가 재정비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SK그룹도 정기 인사를 11월로 앞당길 가능성이 크다. 내년도 사업 전략을 논의하는 ‘CEO 세미나’에 새로운 리더십을 조기 투입하겠다는 포석이다.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인사 시기는 유동적”이라며 여지를 남겼지만 주요 계열사별 검토가 이미 진행 중이라는 게 재계의 관측이다.

AI 메모리 시장을 주도한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이 부회장 승진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이사의 거취도 관심사다.

대규모 해킹 사태의 책임론과 AI CIC(사내독립기업) 신설에 따른 유임 가능성이 엇갈리며, SK 내부에서도 ‘리더십 재편’ 시나리오가 조용히 거론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통상 12월 인사를 단행하지만 미국 관세 인하 지연 등 대외 변수로 인해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지난해 트럼프 2기 출범 대응 차원에서 인사를 11월로 당긴 선례도 있다.

업계는 현대차그룹이 이번 인사에서 미래사업 중심 조직 개편에 방점을 찍을 것으로 보고 있다. SDV(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 로봇, AAM(미래항공교통) 등 신성장 부문 인력 재배치와 글로벌 거점 효율화가 핵심이 될 전망이다.

LG그룹은 오는 11월 말께 조직 개편과 임원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올해 두 차례 사장단 회의에서 “절박함을 가지고 과거의 관성과 불일치를 끊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신학철 LG화학 부회장과 권봉석 LG 부회장이 이끄는 투톱 체제에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LG전자를 비롯한 제조 계열사들은 글로벌 수요 둔화에 대응하기 위한 사업 효율화 인사가 예고된다. 특히 ‘성과 기반 인사’와 ‘책임경영’ 기조가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포스코그룹은 잇단 산업재해 이후 ‘안전경영’ 강화를 위한 인사를 단행할 방침이다.

한화그룹은 지난 8월 CEO 교체에 이어 11월 소폭 임원 인사를 실시할 전망이며, HD현대는 조선업 호황 속에서 HD현대중공업·HD현대미포 합병 등 구조 개편을 추진하면서 예년보다 빠른 인사가 예상된다. 권오갑 HD현대 회장의 거취와 차기 경영 체제 구축 여부도 재계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대내외 불확실성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대기업들이 인사 시계를 앞당기는 것은 선제적 대응 의지의 표현”이라며 “성과 중심의 신상필벌과 빠른 의사결정, 세대교체가 올해 인사의 핵심 키워드가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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