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왼쪽부터)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대표 [출처=각 사 제공]](https://cdn.ebn.co.kr/news/photo/202510/1681805_699291_308.jpg)
추석 연휴를 지나며 숨을 고른 재계 총수들이 다시 본격적인 경영 행보에 박차를 가한다.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지원 일정과 연말 인사, 내년도 사업 전략 수립까지 겹치며 한 치의 여유도 없는 국면이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대부분의 그룹 총수들은 연휴 기간 공식 일정을 최소화하며 내부 전략 구상에 집중한 만큼, 본격적으로 숨가쁜 국내외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먼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이번 연휴 기간 외부 일정이 감지되지 않았다. 과거 명절마다 해외 사업장을 찾던 관행과 달리, 올해는 내부 전략 정비에 집중한 것으로 전해진다.
반도체 시장 회복세를 확실히 굳히고 메모리 1위 탈환이라는 과제를 풀어야 하는 만큼, 실적과 인사 모두에 대비하는 분위기다.
삼성전자는 14일 올 3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한다. 증권가에선 메모리사업부가 5조~6조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HBM 출하량 증가와 범용 D램 가격 상승 영향으로 HBM 매출이 전 분기 대비 98% 늘어날 전망이다. 이로 인해 평균판매단가(ASP) 상승세도 이어질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은 굵직한 그룹 행사를 잇달아 앞두고 있다.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 5주기(10월 25일)와 이 회장의 취임 3주년(10월 27일), 고 이병철 창업회장 38주기(11월 19일) 등 그룹 차원의 행사가 예정돼 있다.
이에 따라 이 회장이 '위기 극복' 메시지를 내놓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여기에 인공지능(AI)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그의 주식 재산이 처음으로 20조원을 넘기며 상징적 의미도 커졌다.
재계는 총수들의 행보가 한층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미·중 기술 패권 경쟁, 보호무역주의와 관세 리스크 등 대외 악재가 겹치면서 기업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숨 가쁜 일정을 이어가고 있다. 일부 계열사 실적 개선을 기반으로 연말 정기 인사와 조직개편을 서두를 가능성이 제기된다. 통상 12월 초 단행하던 인사를 앞당겨 새 체제를 구축한 뒤, 내년도 전략 논의를 위한 CEO 세미나를 내달 중순께 열 것으로 관측된다.
대한상의 회장이기도 한 그는 APEC 경제인 행사인 CEO 서밋 준비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베이징과 상하이를 잇달아 방문, 허리펑(何立峰) 중국 국무원 부총리와 런홍빈(任鴻斌) 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CCPIT) 회장 등을 잇따라 만났다. 이번 방문은 APEC CEO 서밋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경제협력 요청과 함께, 차기 의장국인 중국의 참여를 끌어내기 위한 목적이 크다.
뒤 이어 최 회장은 내달 3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SK AI 서밋 2025'에서 기조연설을 맡아 'AI Now(오늘의 혁신)'와 'AI Next(내일의 도약)' 비전을 제시할 예정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연휴 이후 발걸음을 재촉한다. 미국과 유럽발 관세 리스크에 대응하면서 미래차 전략을 가속화해야 한다. 정 회장은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과 AI의 융합을 핵심 키워드로 제시하며 "모빌리티는 마력에서 프로세싱 파워 시대로 전환되고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구광모 LG그룹 대표는 연휴 전 이미 사장단 회의를 열고 중장기 경영 전략을 논의한 바 있다. LG의 올해 핵심 기조는 ‘인공지능 전환(AX·AI Transformation)’에 맞춰져 있다. 전 계열사의 사업 운영 체계와 고객 경험을 AI 중심으로 재편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는 것이다.
특히 LG는 4대 그룹 중 비교적 빠른 '11월 인사'를 앞두고 있다. 주요 계열사 CEO 평가와 조직 개편 논의가 이미 막바지에 들어갔으며, AI와 디지털 전환(DX) 역량을 중심으로 한 세대교체 인사가 단행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게 재계 시각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인사를 통해 LG가 2026년 이후 글로벌 경기 반등기에 대비한 'AI 중심 경영 체제'를 완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일부 총수들은 국정감사 대응에도 나서야 한다. 13일부터 열리는 국감 증인 명단에는 최태원 회장(정무위), 정의선 회장(행안위) 등이 포함됐다. 최 회장의 경우 APEC CEO 서밋 개막일과 국감 출석일이 겹쳐 논란이 일고 있다. 재계에서는 기업인에 대한 무리한 증인 소환 관행이 여전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재계 관계자는 "추석 이후 각 그룹이 연말 인사와 내년도 전략 수립, 글로벌 외교 행사 준비까지 동시에 추진해야 하는 만큼 총수들의 일정이 그 어느 때보다 빡빡해질 것"이라며 "AI, 반도체, 전기차 등 핵심 산업 패러다임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리더십의 속도전이 곧 경쟁력으로 직결될 시점"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