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22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덜레스 국제공항을 통해 미국에 입국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출처=연합]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22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덜레스 국제공항을 통해 미국에 입국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출처=연합]

산업통상자원부는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10일(현지 시각) 남아프리카공화국 그케베르하에서 마로시 셰프초비치 유럽연합(EU) 통상·경제안보 담당 집행위원과 양자 회담을 갖고, EU의 철강 수입 규제 강화 방침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고 11일 밝혔다.

여 본부장은 EU가 기존 세이프가드 조치를 대체해 도입을 예고한 저율관세할당(TRQ) 방식이 수입 쿼터 축소와 관세 인상을 포함하고 있어 한국 철강업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은 다자 자유무역 체제의 가치를 공유하는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라며 이번 조치가 한·EU 간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 질서를 훼손하지 않도록 양측이 우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한국은 EU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14년차의 파트너인 만큼, 비FTA 국가와 차별화된 고려가 필요하다며 기존 교역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쿼터 배정을 요청했다. 양측은 향후 해당 사안에 대해 긴밀한 협의를 지속하기로 했다.

여 본부장은 이번 주요 20개국(G20) 무역투자장관회의 및 철강 공급 과잉 관련 글로벌포럼(GFSEC) 참석을 계기로 중국, 캐나다 등 총 12개국 대표단과도 연쇄 회담을 가졌다.

중국 측에서는 리청강 상무부 국제무역협상대표와 만나 중국 정부가 최근 발표한 희토류 가공품 및 관련 기술에 대한 수출 통제 강화 조치에 대해 우려를 전달하고, 양국 간 협의 채널을 통해 공급망 안정을 위한 소통을 이어가기로 했다.

캐나다의 마닌더 시두 국제통상부 장관과의 면담에서는 캐나다 정부가 지난 8월부터 시행 중인 철강 TRQ 조치에 대해 한국 측의 우려를 전달했으며, 한국 조선업체들의 디젤 잠수함 설계·건조 역량을 소개하며 캐나다의 신규 잠수함 사업에 대한 관심과 협조를 요청했다.

남아공 파크스 타우 통상산업경쟁부 장관과의 회담에서는 이번 G20 회의에서의 논의를 오는 11월 G20 정상회의와 내년 3월 카메룬에서 열리는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MC14) 등으로 연계해 발전시켜 나가자고 제안했다.

한·남아공, 한·SACU(남아프리카 관세동맹), 한·아프리카대륙자유무역지대(AfCFTA) 간 새로운 무역·투자 협정 체결 가능성도 함께 논의됐다.

여 본부장은 철강 공급 과잉 글로벌 포럼(GFSEC) 장관급 회의에서는 세계 철강 산업이 공급 과잉, 탄소 감축 지연, 보호무역 조치 증가 등 복합적인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한국은 자발적인 설비 합리화, 불공정 수입 방어, 저탄소 전환을 동시에 추진하면서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G20 무역투자장관회의 전체 세션에서는 다자무역체제가 복합 위기에 처한 만큼, 개방적이고 유연한 다자 협력 확대가 현실적인 대안이라며, 한국이 공동의장국으로 주도하고 있는 WTO 투자원활화협정(IFDA)의 조속한 WTO 체제 내 법적 편입을 촉구했다.

여 본부장은 이 협정이 개도국의 투자 유치와 행정역량 강화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며 G20 회원국의 지지를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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