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증권거래소의 트레이더. [출처=연합뉴스]
뉴욕 증권거래소의 트레이더. [출처=연합뉴스]

미국 증시가 주말 사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행정부 고위 관계자들의 완화된 발언에 힘입어 큰 폭으로 반등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대한 초강경 관세 방침을 완화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자 투자심리가 빠르게 회복된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13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나스닥지수는 2.2%, S&P500지수는 1.6% 각각 상승하며 5월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도 1.3%(588포인트) 올라 전반적인 반등세를 이끌었다.

지난 금요일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100% 추가 관세와 수출 통제를 경고하면서 S&P500과 나스닥은 4월 관세 급등기 이후 최악의 하락세를 보였다. 당시 대형 기술주와 교역 민감 업종이 일제히 급락하며 시장을 흔들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주말 동안 소셜미디어를 통해 "결국 다 괜찮을 것(It will all be fine)"이라고 밝히고 JD 밴스 부통령이 "미국은 중국과 협상할 의지가 있다"고 언급하면서 분위기가 급반전됐다. 이에 따라 주말 이후 선물시장이 상승했고 월요일 개장과 동시에 매수세가 몰렸다.

백악관의 완화된 무역 발언과 더불어 기술주에 대한 긍정적 뉴스가 투자심리를 자극했다. 오픈AI와 브로드컴은 향후 4년간 10기가와트 규모의 맞춤형 AI 칩과 컴퓨팅 시스템을 공동 개발·배포하겠다고 발표했다. 브로드컴 주가는 하루 만에 9.9% 급등했다.

JP모건체이스 또한 국가 안보에 필수적인 기업에 100억 달러(약 13조 원)를 직접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미·중 갈등 심화 속에서 미국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적 투자로 평가된다.

한편, 미국 경제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최근 고용지표는 노동시장이 약화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으며, 정부 셧다운 장기화로 수십만 명의 근로자가 무급휴직 상태에 놓여 있다.

이러한 불안감은 안전자산으로의 쏠림으로 이어졌다. 금 선물은 온스당 4108.60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은 선물도 6.8% 상승한 50.13달러로 마감해 1980년 이후 처음으로 최고치를 새로 썼다.

전문가들은 이번 반등이 단기적 안도 랠리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젠슨인베스트먼트의 제프 윌슨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지난 6개월간은 시장이 '골디락스(Goldilocks)' 구간에 있었다"며 "이번 사태는 앞으로의 불확실성을 상기시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러셀2000지수 역시 2.8% 상승하며 중소형주 강세가 두드러졌지만, 인플레이션 재확산과 금리 불확실성 등 구조적 위험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평가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이 유지되며 국제 유가는 안정세를 보였다. 매디슨인베스트먼트의 패트릭 라이언 최고투자전략가는 "지금은 불안정하지만 일시적인 평온 상태"라며 "지정학적 리스크는 여전히 잠재돼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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