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과학기술정책연구원]](https://cdn.ebn.co.kr/news/photo/202510/1681981_699477_2141.jpg)
미·중 기술패권 경쟁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빠르게 전개되는 가운데, 중국이 ‘당(黨) 중심’의 전략기술 확보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여전히 단기 대응 중심의 분절적 정책에 머무를 경우 기술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은 최근 발간한 'STEPI 인사이트(Insight)' 제351호에서 중국의 당 중심 전략기획형 혁신거버넌스가 기술 패권 경쟁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한국이 나아가야 할 혁신체계 방향을 제시했다고 14일 밝혔다.
보고서를 작성한 이혜진 STEPI 책임연구원은 "중국은 미·중 기술패권 경쟁 심화 속에서 당 주도형 전략기술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한국은 민간과 지역의 창의성을 살린 자율·연계형 혁신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단기적 대응에 치우친 분절적 정책에서 벗어나, 중장기 임무 중심의 거버넌스 설계를 통해 국가 혁신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보고서 '중국의 혁신거버넌스 변동 분석과 한국에의 시사점'에 따르면 중국은 2013년 이후 세 차례의 국가기구 개편을 거치며 당 중심의 상위 거버넌스 체계를 제도화했다.
특히 최고지도부가 과학기술 전략을 직접 총괄하고, 중앙과학기술위원회를 신설해 전략 수립과 예산 배분을 일원화하면서 의사결정의 일관성과 속도를 높였다는 분석이다.
STEPI는 중국의 이러한 변화가 △의사결정 체계 △집행·인센티브 관리 두 축에서 나타난다고 진단했다.
먼저 '체계 변동' 측면에선 △당-국가 이중구조 확립 △부처 간 기능 통합 △5개년 규획 중심의 중장기 포트폴리오 정착 등 상위 기획 중심의 구조 강화가 핵심으로 꼽혔다. 또 '관리 변동' 측면에서는 △국가실험실 중심의 연구거점 재편 △기술성숙도(TRL) 기반 전주기 관리체계 도입 △성과·인재 연계형 인센티브 제도 구축 등을 통해 전략기술 병목현안 해결에 초점을 맞췄다.
특히 중국은 정부, 국유기업, 민영기업이 연합하는 '공공-민간 결합형 R&D 체계'를 통해 핵심 전략기술 연구개발을 총력 추진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민간 부문이 국가 전략체계에 깊숙이 편입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이 연구원은 "당 중심 거버넌스는 전략기술 확보의 속도와 집중도를 높이는 장점이 있으나, 동시에 민간 혁신의 자율성과 다양성을 제약하는 구조적 한계도 안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모델을 그대로 모방하기보다는, 정권 교체와 부처 분절 등 한국의 제도적 특성을 고려해 장기 축적과 단기 대응을 병행하는 ‘한국형 이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이어 "중국의 혁신거버넌스가 ‘속도 중심의 전략집행 모델’로 진화한 과정을 면밀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바탕으로 한국은 민간의 창의성과 제도적 연속성을 결합한 새로운 혁신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