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생성 이미지.[출처=오픈AI]
챗GPT 생성 이미지.[출처=오픈AI]

금융당국이 보험사의 투자 물길을 실물경제에 대한 '생산적 금융'으로 돌리려고 하지만 중소보험사에는 버거운 모습이다. 우선 보험사들은 기본자본 신지급여력제도(K-ICS·킥스) 규제 도입과 금리인하기를 대비하기 위해 보험사 자체 자본건전성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당국이 보험사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보험부채 할인율 산출 기간을 10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확대하기로 한 상황에서 보험사들의 자금조달 대응 노력이 분주하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보험부채 할인율 현실화 및 듀레이션갭 규제 방안’을 최근 마련했다. 보험업계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지급여력비율(K-ICS) 제도가 본격 시행되면서 장기 금리 하락에 따른 부담이 커졌다. 보험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는 K-ICS 구조상 금리가 떨어지면 킥스 비율이 떨어지게 되어서다.

[출처=금감원 ]
[출처=금감원 ]

금융당국은 이같은 상황을 감안해 기존 계획을 바꿔 내년부터 2035년까지 10년에 걸쳐 최종관찰만기를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결정해 발표했다. 내후년까지는 현행 23년을 유지한 뒤 2028~2029년엔 24년으로 늘린다. 이후부터는 매년 1년씩 늘려가는 식이다.

예컨대 만기를 한꺼번에 30년으로 확대할 경우 보험사 킥스 비율이 평균적으로 19.3%포인트 떨어진다는 게 당국의 측정이다. 당국은 유럽연합(EU) 역시 보험사 부담 등을 고려해 ‘외삽법(20년일 경우와 30년일 경우 사이의 곡선을 보정해 할인율 산출)’을 반영해 2027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라고 진단했다.

외삽법이란 주어진 데이터의 범위를 벗어난 곳에서 값을 예측하는 방법을 말한다. 기존의 데이터들 간의 관계를 바탕으로, 그 범위를 넘어서는 미래나 미지의 값을 추정하는 기법이다.

외삽법은 관찰된 데이터의 경계를 넘어서는 영역의 값을 추정하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크다는 우려가 존재한다. 과거의 판매 데이터를 기반으로 미래의 판매량을 예측하는 것이 외삽법의 특징인 가운데 데이터의 패턴이 계속 이어지지 않고 특이점이 발생할 경우, 예측 결과가 실제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당국은 또 금리 변동에 따른 자산·부채 듀레이션 차이를 관리하기 위해 ‘듀레이션갭’ 규제도 새로 도입한다.

이는 금리 인하기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보험사들의 자산건전성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차원이다. 특히 장기계약이 많은 보험사들은 자산 듀레이션 확대를 위해 초장기 국채 중심의 투자를 해왔다.

듀레이션갭은 금리 변동 시 자산과 부채의 가치가 얼마나 차이나는지를 비교하는 지표다. 단적인 예로 보험사가 장기 부채를 갖고도 단기 채권에 자금을 투자하면, 금리가 급변할 때 자산·부채 간 손익 매칭이 어긋나 자산건전성이 떨어질 수 있어서다.

이에 금융당국은 "향후 계리가정 구체화, 기본자본비율 규제 등 신제도 안착을 위한 건전성 제도 개선을 과제들을 차질없이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같은 건전성 부담 완화 정책에도 보험사들은 자본 확충을 위해 채권 발행에 나섰다. 이달 미래에셋생명을 시작으로 메리츠화재해상보험, 동양생명이 채권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다. 미래에셋생명은 총 2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하며 메리츠화재와 동양생명은 각각 1050억원, 2000억원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기는 모두 10년으로 설정됐지만 중도 상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하나손해보험은 유상증자로 2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고 앞서 푸본현대생명은 지난 8월 건전성 유지를 위해 7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자본잠식 상태에 놓인 KDB생명은 자본 15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액면가 5000원인 보통주 9966만5129주 중 8305만4275주를 무상감자하기로 했다. 감자 후 자본금은 기존 4983억원에서 830억원으로 감소한다. 감자기준일은 11월17일이며 신주권교부예정일은 12월1일이다.

보험사들이 이렇게 자금 조달을 하는 것은 향후 정부의 킥스 제도 추진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자본 확충을 위해 보완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후순위채를 활용하겠다는 의미다.

다만 후순위채 등 시장에서 빌려온 돈으로 자본력을 유지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여전히 우려하고 있는 요소다.

또 보험권 중소형사들은 대형사와 달리 이익율이 낮거나 영업력이 부족한 만큼 기본자본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기 어려워 유상증자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들의 현실적인 기본자본 확충 방안은 이익잉여금 확대와 유상증자인데 단기 성과를 내기 어려운 중소보험사의 특성상 증권 및 채권 발행으로 자금조달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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