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1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를 하고 있다. [출처=국회방송]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1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를 하고 있다. [출처=국회방송]

국내 전자공시시스템(DART)의 영문 공시에서 한글이 그대로 노출되는 오류가 발생해 외국인 투자자들의 정보 접근성과 신뢰성이 심각하게 훼손된 것으로 드러났다.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1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금융감독원이 국제 기준에 맞지 않는 독자적 시스템을 강제하면서 오히려 공시제도의 신뢰성을 떨어뜨리고 있다”며 “외국인 투자자 보호는커녕 정보 왜곡을 초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문제의 핵심은 금감원이 운영하는 ‘XBRL(재무정보 전산화)’ 제도다. 이 제도는 기업 재무제표를 국제 표준 양식으로 변환해 컴퓨터가 자동 인식·분석하도록 하는 시스템으로 본래는 자본시장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에서 도입됐다.

그러나 금감원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공공 XBRL 편집기’를 금융업 상장사에 의무화하면서, 오히려 변환 오류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 의원실 조사 결과 올해 8월부터 시행된 금융업 상장사 영문 공시 주석에서 한글이 그대로 표기되는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

금감원은 같은 달 “영문 주석 실시간 제공으로 외국인 투자자의 정보 접근성이 개선됐다”고 발표했으나, 실제로는 공시 데이터가 한글로 노출되는 정반대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데이터 변환 오류가 전문가 검증 없이 그대로 공시에 반영되면서 감사보고서의 신뢰성마저 흔들렸다는 지적이다. 특히 국제 XBRL 본부의 인증 도구로 DART 제출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전체의 46.9%에서 오류가 발견됐다.

금감원은 언론의 문제 제기 이후인 9월 26일에야 뒤늦게 국제 인증을 취득했으며 “감독당국 시스템으로는 세계 최초로 인증을 받았다”며 성과를 홍보했다. 그러나 이미 2023년부터 오류가 포함된 데이터가 전 세계 투자자와 정보업체에 유통된 상황에서, 사후 인증만으로 신뢰 회복은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해외 주요국은 금감원과 달리 민간이 개발한 다양한 XBRL 작성 도구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미국 SEC, 유럽 ESMA, 일본 JFSA, 중국 CSRC 등은 모두 상용 프로그램을 통한 유연한 공시 시스템을 구축해, 정부의 직접 개입을 최소화하고 있다.

유 의원은 “금감원의 공공 편집기 강제는 국제 표준과 어긋나는 ‘공시의 갈라파고스화’”라며 “오류투성이 데이터를 방치한 채 뒤늦은 인증을 자랑하는 것은 국민과 투자자를 기만하는 행위”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어 그는 “일본이 왜 원문공시를 고수하고 있는지 잘 생각해 보라”고 꼬집었다.

또한 “금감원은 현행 XBRL 데이터 삽입 방식을 폐지하고, 기업이 자유롭게 소프트웨어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회계법인이 검증한 감사보고서를 본문에 직접 기재하고, 기계가 읽는 XBRL 데이터는 별도 파일로 병행 제출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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