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금융감독원에 대한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질의를 하고 있다. [출처=국회방송]](https://cdn.ebn.co.kr/news/photo/202510/1682916_700513_2311.jpg)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금융감독원의 ‘형식적 심사’ 관행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금융상품이 구조적으로 위험함에도 불구하고 법적 요건만 충족하면 시장에 출시되는 현실을 두고 소비자 보호를 위한 실질적 감독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21일 금융감독원에 대한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수원갑)은 “금감원이 소비자 보호를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증권신고서와 공모서류를 서류 검토 수준에서만 처리하고 있다”며 “형식적 심사로는 고위험 금융상품을 걸러낼 수 없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판매사와 운용사가 ‘설명서에 기재돼 있다’는 이유로 면책되는 관행이 여전하다”며 “이런 구조에서는 피해가 발생해도 책임이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의료 행위를 비유로 들며 “의사가 부작용을 고지했다고 해서 수술의 적정성 책임이 면제되지 않듯, 금융상품 역시 단순히 고지했다는 이유만으로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금감원이 ‘형식상 요건 검토’에서 ‘적정성 평가’로 감독 방향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의원은 실제 피해 사례로 ‘한국투자 벨기에 코어 오피스 부동산투자신탁 2호’를 제시했다. 2022년 공모 형태로 900억 원이 판매된 이 상품은 “벨기에 정부기관 입주 빌딩 투자”를 내세워 안정형 상품으로 홍보됐지만, 건물 가치가 급락하면서 선순위 대출기관이 자산을 헐값에 매각했고 투자자들은 원금 전액을 잃었다.
그는 “설명서가 91페이지에 달하지만 ‘후순위 변제’ 문구는 단 한 줄 뿐이었다”며 “이 정도 정보로 투자자가 위험을 인식하기란 불가능하다”고 했다.
이 사건은 금융시장 내 고위험 부동산펀드의 공모 절차가 얼마나 취약한지를 드러낸 상징적 사례로 꼽힌다. ‘공모’라는 이름 아래 일반 투자자들이 손쉽게 접근할 수 있었지만, 실제로는 후순위 구조와 복잡한 대출 계약으로 구성된 고위험 상품이었다.
김 의원의 발언은 단순히 한 건의 사례 비판을 넘어, 금융감독원이 구조적 위험을 걸러내지 못한 제도적 한계를 지적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 의원은 “금감원이 이런 상품을 사전에 걸러내지 못한 것은 명백한 감독 실패”라며 “이제는 상품 구조 단계에서부터 위험을 실질적으로 분석하고, 투자자 이해 수준에 맞는 심사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상품 설계 단계에서부터 위험요소를 필터링할 수 있도록 감독 체계를 전면 개선 중”이라며 “공모신고서 심사를 단순 서류 검토가 아니라 구조적 위험 분석 중심으로 바꾸겠다”고 답했다. 그는 “이미 문제 상품에 대해 재점검을 지시했고, 심사기준을 강화하는 방안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이 원장은 또 금융권의 단기 실적 중심 구조가 불완전판매의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성과평가(KPI)가 단기 판매실적에만 집중되면서 직원들이 과도한 영업을 하게 되고, 사고가 나도 책임을 지지 않는 구조가 반복됐다”며 “성과평가를 장기성과 중심으로 바꾸고, 사고 발생 시 인센티브를 환수하는 제도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상품을 설계할 때 ‘내 가족에게 팔 수 있는 상품인지’를 스스로 점검해야 한다”며 “이 원칙이 금융회사와 감독기관 모두의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