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천NCC [출처=여천NCC]
여천NCC [출처=여천NCC]

정부가 '선(先) 자구노력 후(後) 지원' 원칙을 내세우며 석유화학 산업의 구조개편을 촉구했지만 정작 기업들의 구조조정은 더디기만 하다. 기업들 간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연말까지 정해진 자구안 제출 시한을 맞출 수 있을지 미지수다.

27일 석유화학 업계에 따르면 기업들은 올 연말까지 구체적인 사업 재편안을 제출하기로 했지만 한 달이 넘도록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앞서 정부는 최대 370만 톤(t)에 달하는 나프타분해시설(NCC) 설비 감축 목표를 제시하며 자구안 제출 시한을 연말로 못 박았다. 하지만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부재한 상황에서 기업 간의 셈법이 엇갈리며 치열한 눈치싸움만 이어지는 양상이다.

■ 지역별 논의는 '진행 중'…결실은 '아직'

긍정적인 움직임도 있다. 최근 울산 지역의 에쓰오일, 대한유화, SK지오센트릭 3사는 사업 재편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외부 컨설팅을 통해 구체적인 전략을 수립하기로 했다. 

이들은 조율을 거쳐 연말까지 산업통상자원부에 최종 방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다만 SK지오센트릭과 대한유화의 NCC 통합 논의가 공전을 거듭하는 데다 에쓰오일의 대규모 투자인 '샤힌 프로젝트'가 내년 완공을 앞두고 있다는 점은 변수로 꼽힌다.

샤힌 프로젝트가 완공되면 에쓰오일은 연간 180만톤 규모 에틸렌을 생산하게 된다. 이는 국내 전체 생산능력의 약 13%에 해당하는 규모다. 

대산 산업단지에서도 이달 중 논의의 기본 틀이 마련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이 정유 시설을 갖춘 HD현대오일뱅크와 통합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롯데케미칼의 NCC를 HD현대케미칼로 넘기고 HD현대케미칼의 모회사인 HD현대오일뱅크가 추가 출자하는 방식이다.

여수에서는 LG화학이 GS칼텍스에 NCC 설비 매각과 합작법인 설립을 통한 통합 운영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후 가시적인 진전은 없는 상태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방향성에 공감하면서도 단순 물리적 감축이 아닌 실질적인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의 구조개편 방향은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방안 중의 하나"라며 "물리적으로 단순 감축을 하는 게 아니라 (국내 석유화학 산업의) 경쟁력이 올라갈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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