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의 조감도. [출처=HD현대중공업]](https://cdn.ebn.co.kr/news/photo/202510/1683738_701469_5046.jpg)
2년 가까이 표류해온 KDDX(한국형 차기 구축함) 사업이 오는 11월 분수령을 맞을 전망이다. 방위사업청이 추진해온 수의계약 방안이 사실상 백지화되는 분위기 속에, 기본설계 업체인 HD현대중공업과 개념설계 업체인 한화오션이 함께 참여하는 ‘공동개발’ 방식이 대안으로 다시금 급부상하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은 11월 방위사업추진위원회(방추위)에서 KDDX 사업자 선정 방식을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이달 국정감사 종료 후 내부 검토를 거쳐 사업 방식을 확정하고, 상세설계 및 선도함 발주 절차를 연내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차세대 한국형 구축함을 건조하는 이번 사업은 국내 기술로 전투체계와 레이더를 통합한 6000톤급 이지스 구축함 6척을 생산하는 대형 프로젝트로, 총 사업비는 약 7조8000억원에 달한다.
당초 방사청은 기본설계까지 수행한 HD현대중공업과의 수의계약을 추진해왔다. 조기 착수와 기술 연속성 확보를 명분으로 방사청 내부에서도 수의계약이 유력하게 검토됐다. 그러나 민간위원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중심으로 공정성 문제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면서 제동이 걸렸다.
지난 17일 열린 방위사업청 국정감사에서도 KDDX 사업의 공정성과 지연 문제가 집중적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수의계약을 고집한다면 방산 관리 신뢰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고, 강선영 국민의힘 의원은 “보안감점 연장 등 원칙이 무너지고 있다”며 “업체 간 갈등보다 방사청의 혼선이 더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에 석종건 방사청장은 “초기에 더 적극적인 판단이 필요했다”며 일부 책임을 인정했다.
정치권에서는 상생 협력을 통한 해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부승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2일 ‘아덱스 2025’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방위원회 내에서 상생 방향에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국회에서도 강력히 요구하는 만큼 올해 결론이 날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했다.
사실상 방사청 주도의 수의계약 추진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남은 카드는 ‘상생협력형 공동개발’과 ‘경쟁입찰’ 두 가지다.
올해 2월 산업통상자원부가 이례적으로 양사를 KDDX 사업의 방산업체로 복수 지정하면서 업계에서는 두 회사가 함께 상세설계에 참여하고, 1·2번함을 나눠 동시 발주하는 ‘공동개발’ 모델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올랐다.
공동개발을 통해 최신 기술을 반영하고, 동시 건조로 전력화 시점을 앞당길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다만 공동개발은 국내 성공 사례가 드물고, 책임 소재가 모호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도 존재한다.
경쟁입찰 방식 역시 법적·행정적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 HD현대중공업에 대한 보안감점 적용을 둘러싼 법적 해석이 엇갈리고, 행정 절차도 지연되면서 입찰 일정이 다시 미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방사청은 11월 방추위 안건 상정을 목표로 내부 조율을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수의계약, 경쟁입찰, 공동개발 등 세 가지 방안 가운데 업계에서는 사실상 공동개발안이 유력하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정치권 역시 “상생을 통한 조속한 결론”을 주문하며 방사청에 압박을 강화하는 분위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KDDX는 단순한 해군 전력화 사업을 넘어 차세대 방산 수출 기반을 상징하는 프로젝트”라며 “방사청이 석연치 않은 행보로 사업 신뢰를 떨어뜨리고, 연내 명확한 방향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신뢰도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