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동 농협중앙회장 [출처=연합]
강호동 농협중앙회장 [출처=연합]

홈플러스 인수의향서(LOI) 제출 마감을 사흘 앞두고 농협중앙회(농협)가 홈플러스 인수전에 뛰어들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정치권과 노동계를 중심으로 ‘농협 역할론’이 제기되는 가운데 과거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의 ‘농협-홈플러스 인수’ 시나리오 발언이 다시금 회자되고 있다. 뚜렷한 인수자가 없으면 사실상 청산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는 홈플러스에 농협이 동아줄을 내려줄지 주목된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오는 31일까지 LOI를 접수받는다. 법원에 제출해야 할 회생계획안 마감일이 다음달 10일인 만큼 그전까지 사실상 인수 주체를 확정해야 한다. 특히 특히 본입찰이 다음달 26일이어서 앞으로 한 달가량이 홈플러스 인수합병(M&A)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농협의 홈플러스 인수론이 처음 거론된 건 지난 2014년이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같은 해 12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한·아세안 CEO서밋’에서 “홈플러스는 농협이 인수하는 것이 가장 맞는 시나리오”라고 발언했다. 이는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의 상권이 겹쳐 있어 사실상 대기업 간 M&A는 무의미하다는 취지다.

홈플러스가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상황에서 농협의 ‘홈플러스 구원투수론’은 정치권에서 떠오르고 있다.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4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 국정감사에서 “홈플러스는 가락시장 거래액의 3분의 1 규모인 연 1조8800억원의 국산 농축산물을 판매하고 있다”며 “농협이 홈플러스 유통망을 인수하면 농산물 직거래 확대와 가격 안정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어기구 의원도 “홈플러스가 청산될 경우 협력업체와 납품 농가를 포함해 30만 명의 생계가 위협받을 것”이라며 “농협이 공익적 관점에서 인수를 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노총도 같은 날 성명을 내고 “홈플러스는 직접 고용 2만명, 협력업체 종사자 20만명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며 “정부와 농협이 공익적 책임 의식을 갖고 고용 안정과 유통망 유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농협이 홈플러스를 인수할 경우, 양사 통합 매출은 10조 원을 넘어 유통업계 2위권에 오르게 된다. 농산물 중심의 하나로마트와 종합 소비재를 다루는 홈플러스의 사업 영역이 보완적이어서 ‘공공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새로운 유통 모델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양사 통합 시 식자재와 생활용품의 공동 구매가 가능해지고 대규모 계약을 통한 단가 절감이 예상된다. 물류센터, 재고 시스템, 관리·지원 부서가 통합되면 고정비도 낮출 수 있다. 현재 홈플러스는 전국 120여개 점포, 농협하나로마트는 전국 2200여개 지점을 운영 중이다. 두 회사의 네트워크가 결합하면 산지부터 물류, 도심 유통으로 이어지는 일원화된 공급 체계 가동도 가능하다.

반면 부정적 전망도 존재한다. 홈플러스의 부채 구조와 인건비 부담이 크고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의 투자 회수 압박이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홈플러스는 이미 수년째 상각 전 영업이익(EBITA)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어 농협이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데 부담스러운 구조다.

관건은 농협의 인수 의지다. 당장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은 지난 24일 국감에서 ‘홈플러스 인수설’에 선을 그었다. 그는 “(홈플러스 인수를) 내부적으로 검토한 적 없다”면서 “홈플러스 인수를 거론하는 것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홈플러스가 인수자를 찾지 못할 경우 사실상 청산 수순을 피하기 어렵다. 결국 수만명 홈플러스 노동자와 납품·입점업체들도 생존을 보장받기 힘들다. 전날 홈플러스 사태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농협같이 공공성을 띤 기업이 홈플러스를 인수해 농수축산물 등의 유통과 주민, 노동자를 살려낼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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