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헌 SKT CEO [출처= SKT]
정재헌 SKT CEO [출처= SKT]

SK텔레콤(SKT)이 30일 신임 최고경영자(CEO)로 정재헌 대외협력 사장 겸 최고거버넌스책임자(CGO)를 선임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례적 인사’라는 평가와 함께 그 배경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그동안 SK텔레콤은 공학 전공자이거나 내부에서 경영·기술 직군을 거친 인사가 CEO로 선임돼 왔다. 이번 인사는 판사 출신 법률가가 최고경영자 자리에 오르며 그룹의 위기 상황과 거버넌스 개편 의지가 맞물린 결과로 해석된다.

SK텔레콤의 신임 수장이 된 정재헌 CEO는 법조계 출신으로 이례적인 대형 ICT 기업의 경영자에 올랐다. 판사·법률가 출신이 대형 통신업계 CEO로 선임된 첫 사례다. 유심(USIM) 해킹 사태 이후 고객 신뢰 회복과 AI·데이터 거버넌스 강화라는 SK의 당면 과제 해결이 그의 첫 임무로 보여진다.

SK그룹 안팎에서는 “그보다 더 SK텔레콤다운 리더는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기본과 원칙, 신뢰를 중시하는 리더십이 AI 중심 경영 체제로의 전환기를 맞은 SK텔레콤에 어울리는 해법으로 꼽힌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이혼 소송과 이번 인사의 연관성이 깊다는 시각도 있다. 최근 최태원-노소영 이혼 소송 대법원 상고심에서 최 회장이 사실상 승소한 점도 고려된 인사라는 분석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정 사장은 SK텔레콤 대외협력 사장이자 그룹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에서 법무를 총괄하는 거버넌스위원장을 맡아왔다”며 “최태원 회장이 이혼 소송을 로펌을 통해 진행해 왔지만, 그룹 지배구조와 경영권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정 사장이 관련 현안을 폭넓게 관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재헌 CEO가 AI 거버넌스와 데이터 신뢰성 확보를 통한 기업 체질 개선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고 있다. 정 CEO는 취임 전부터 “AI 시대의 핵심은 기술이 아니라 신뢰”라고 강조해 왔으며, AI 윤리 원칙과 정보보호 프레임워크를 구축해 SK텔레콤의 ‘AI 컴퍼니’ 전환을 실질적으로 이끌 인물로 평가받는다.

정재헌 신임 CEO는 서울대 법과대학을 졸업한 뒤 사법연수원 29기를 수료하고, 법원행정처 전산정보국장, 서울중앙지방법원 부장판사 등 법조계 주요 요직을 거쳤다.

이후 2020년 SK텔레콤 법무그룹장으로 영입됐고, 2021년에는 SK스퀘어 창립 멤버로 투자지원센터장을 역임하며 전략·법무·재무를 총괄했다.

2024년부터 SK텔레콤 대외협력 사장과 SK그룹 수펙스추구협의회 거버넌스위원장을 맡아 그룹 전반의 거버넌스 체계 구축과 ESG·PR·CR 기능을 통합 지휘했다. 

그가 CEO로 낙점된 배경에는 단순한 직책 경력을 넘어 법률가 출신으로서 거버넌스·컴플라이언스·정보보호 체계를 설계할 수 있는 역량이 높이 평가됐다는 후문이다. 

특히 SK텔레콤이 유심 해킹 사건을 겪은 뒤 고객 이탈과 브랜드 신뢰 하락이라는 위기를 마주했기에, 내부 통제 및 고객 대응 체계를 빠르게 재정비할 인물로 주목받았다. 

경영 전략 측면에서도 정재헌 CEO는 SK텔레콤이 선언한 ‘AI 컴퍼니 전환’ 과정에서 중요한 인물이다. 그는 AI 윤리와 AI 거버넌스 체계를 기업 내부에 정착시키는 데 앞장서 왔으며, AI·데이터·통신 인프라를 통합해 높은 신뢰성과 안전성을 갖춘 AI 서비스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이번 SK텔레콤 인사를 두고 “통신사업의 기술·시장 경쟁뿐 아니라 거버넌스·신뢰 경쟁이 본격화된 시대에 필요한 리더십 전환”이라고 평가했다. 법률적 전문성, 거버넌스 경험, IT·통신 전략이 결합된 정재헌 CEO가 SK텔레콤의 성장 궤도 재설계를 성공적으로 이끌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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