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칸소주 벤튼빌의 샘스클럽에서 한 직원이 의류를 진열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아칸소주 벤튼빌의 샘스클럽에서 한 직원이 의류를 진열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미국 경제가 올해 예상보다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그 이면에서는 중하위층 소비 위축이 확산되고 있다. 고소득층이 경제 성장을 이끄는 '상층 집중형 구조'가 고착화되면서 경기 하방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무디스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미국 상위 10% 가구가 전체 소비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며 이는 1990년대 초반 약 3분의 1 수준에서 크게 높아졌다고 보도했다.

주식시장 호황으로 자산이 급증한 부유층은 지출을 늘린 반면 중하위층은 높은 물가와 구조조정 여파 속에 소비를 줄이고 있다.

팬데믹 이전 전체 소비의 42%를 담당하던 중하위 80% 가구는 현재 37%만을 차지하고 있다. 반면 상위 20%는 소비의 약 3분의 2를 차지하며 기록적인 수준에 이르렀다.

트루이스트 어드바이저리 서비스의 마이클 스코델리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번엔 실직 위기 이전부터 중산층 소비가 위축되고 있다"며 "이는 과거 경기 사이클과 다른 새로운 양상"이라고 지적했다.

연준 이사 마이클 바 역시 "지금의 미국은 두 가지 속도의 경제(two-speed economy)"라며 "고소득층은 여전히 여유롭지만, 저소득층은 불안정한 상황에 놓여 있다"고 평가했다.

소비 양극화는 기업 현장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크로거는 중저소득층 고객들이 쿠폰 사용을 늘리고 자체 브랜드 제품 구매와 외식 감소로 지출을 줄이고 있다고 밝혔다.

프록터앤갬블(P&G)은 "급여일마다 가격 비교를 하는 소비자가 늘었다"고 언급했으며, 오릴리 오토모티브는 "자가 정비 고객이 큰 수리를 미루고 있다"고 전했다. 심지어 애플도 저가형 노트북 출시를 검토 중이다.

애틀랜타 연은의 라파엘 보스틱 총재는 "소비자들이 세제 캡슐 대신 가루형 제품을 선택하는 등 절약형 소비로 전환하고 있다"고 말했다.

피터 앳워터 경제학자는 "현재의 경제 구조는 마치 꼭대기가 무거운 젠가 타워 같다"며 "부유층은 상승세를 이어가지만, 서민층은 더 깊은 하락 국면에 빠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하층민에게 아메리칸 드림은 이제 비싸서가 아니라 아예 손 닿지 않는 꿈이 됐다"고 강조했다.

무디스의 마크 잰디 수석이코노미스트도 "고소득층의 자산가치가 흔들리면 경제의 마지막 버팀목이 무너질 수 있다"며 "이는 곧 경기침체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KPMG의 다이앤 스웡크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자연스러운 수준의 불평등이 ‘극단적 불균형’으로 발전하면 사회적 불안과 경기 둔화를 촉발할 수 있다"며 "이런 격차는 성장을 촉진하기보다 부식시키는 독이 된다"고 말했다.

블룸버그가 최근 실시한 경제학자 설문에 따르면 단기 경기침체 가능성은 낮게 전망되지만, 중산층의 소비 위축이 장기적으로 경제 성장의 가장 큰 리스크로 부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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