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택배 배송 차량 모습 [출처=연합]
쿠팡 택배 배송 차량 모습 [출처=연합]

새벽 배송을 둘러싼 택배업계 내 논쟁이 확산되고 있다. 노동자의 건강권 보호를 위해 심야배송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과, 배송 시간 선택은 개인의 자율 영역이라는 반박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노사 및 업계 전반의 합의점 도출이 난항을 겪고 있다.

7일 택배업계에 따르면 민주노총 산하 전국택배노동조합은 새벽 0시부터 5시까지 배송을 제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지난 5일 국회에서 열린 새벽 배송 제한 논의를 위한 ‘택배분야 사회적 대화기구’ 회의에서도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노조는 야간노동이 수면장애, 심혈관 질환, 정신건강 저하 등 복합적인 건강 위험을 초래한다는 국제 연구들을 근거로 제시했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야간 교대근무를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요인’으로 분류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특히 노조는 쿠팡의 배송 구조를 대표 사례로 지목했다. 노조는 “쿠팡의 분류·배송 프로세스는 기사들이 새벽 시간대 3차 배송에 달하는 집중 운송에 종속되도록 설계돼 있다”며 “배송 효율 중심 모델이 노동자 생체리듬 붕괴와 과로 위험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배송 제한(5시간)으로 인한 시간 공백은 새벽 5시부터 집중 배송을 통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노조는 “택배노동자들이 캠프에 도착해서 분류작업과 프레시백 반납작업을 하지 않고 택배차에 자신의 물건을 싣고 곧바로 배송에 나간다면, 노동자의 과로 부담은 현격히 줄어든다”며 “소비자들도 초심야시간 규제로 인한 불편을 없앨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쿠팡파트너스연합회’를 비롯한 한국온라인쇼핑협회·전세버스단체 등 10곳 이상의 단체는 노조 주장에 반대 의견을 밝혔다. 이들은 “근로시간 결정은 당사자의 자유 의사에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새벽 배송은 일정이 유연하고 낮 시간대 부업이나 육아 병행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오히려 선택의 폭을 넓히는 노동 형태”라고 반박했다.

업계는 새벽 배송 개편이 물류 서비스 경쟁력과 소비자 수요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한 물류업계 관계자는 “새벽 배송은 소비자가 주문 다음 날 아침 바로 받는 속도 경험에 익숙해지면서 시장 표준 서비스로 자리잡았다”며 “금지 조치는 물류 운영 효율, 인력 배치, 재고 회전 속도 등 전반에 구조적 조정을 요구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새벽 배송 유지 여부를 노동자 개별 선택에 맡기되 건강 보장·안전 기준을 강화하는 절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택배노조는 “새벽 배송 자체를 전면 금지하자는 것이 아니다”며 “심야 노동으로 인한 노동자의 과로 등 건강장애를 예방하고 지속가능한 배송 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최소한의 규제를 요구하는 것이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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