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지수 등이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72.69포인트(1.81%) 내린 3,953.76에, 코스닥은 21.36포인트(2.38%) 내린 876.81에 장을 마감했다. [출처=연합뉴스]
지난 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지수 등이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72.69포인트(1.81%) 내린 3,953.76에, 코스닥은 21.36포인트(2.38%) 내린 876.81에 장을 마감했다. [출처=연합뉴스]

외국인 투자자들이 지난주 코스피에서 7조원이 넘는 주식을 매도하며 원/달러 환율이 7개월 만에 1460원대로 치솟았다.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한 주 사이 약 2% 하락해 주요국 통화 중 절하율 1위를 기록했다.

9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 7일 야간 거래 기준 원/달러 환율은 1461.5원으로 마감했다. 이는 미·중 갈등이 고조됐던 지난 4월 9일(1472.0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전주 대비로는 28.5원 상승, 낙폭으로는 1.95%에 달한다.

같은 기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가 약화되면서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약 0.15% 상승했다. 그러나 원화의 하락 폭은 이보다 훨씬 컸다.

달러인덱스를 구성하는 유럽연합(EU) 유로(+0.23%), 일본 엔(+0.33%), 영국 파운드(+0.11%)는 달러 대비 강세였고, 스위스 프랑(-0.10%), 스웨덴 크로나(-0.42%), 캐나다달러(-0.14%)는 약세였지만 하락 폭은 미미했다.

호주 달러(-0.66%), 대만 달러(-0.59%), 중국 역외 위안(-0.05%) 등 아시아 통화 역시 원화보다 선방했다.

지난주 원화 약세의 직접적인 요인은 외국인 투자자의 대규모 차익실현이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 3일부터 7일까지 5거래일 연속 유가증권시장에서 7조2638억원 규모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이 규모는 10월 한 달간 외국인 순매수액(5조3447억원)을 넘어섰고, 9월 순매수액(7조4465억원)에 육박한다.

매도는 반도체 대형주에 집중됐다. SK하이닉스가 3조715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삼성전자도 1조5030억원 규모가 팔렸다. 두 종목만으로 외국인 전체 순매도액의 70% 이상이 집중됐다. 반면 LG씨엔에스(1940억원), SK스퀘어(1790억원), LG이노텍(690억원) 등 일부 종목에는 매수세가 유입됐다.

전문가들은 APEC 정상회의를 전후로 급등했던 코스피가 차익실현 구간에 들어서면서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갔다고 진단한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AI 관련주 고평가 우려와 관세 등 대형 재료 해소로 외국인 차익실현이 본격화하면서 원화가 직격탄을 맞았다"고 분석했다.

외국인 매도 외에도 내국인의 해외투자 확대가 원화 약세의 구조적 요인으로 지목된다. 올해 1∼9월 거주자 해외증권투자액은 998억5천만달러로, 외국인의 국내증권투자액(296억5천만달러)의 3배가 넘는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경상수지로 벌어들인 달러가 금융계정을 통해 거의 전액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며 "서학개미·연기금 중심의 해외증권투자, 기업의 해외 직접투자 확대 등으로 달러 공급이 외부로 유출되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도 최근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경제 규모 대비 순대외자산 비율이 균형 수준보다 높아 원화 약세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정부의 대미 현금투자(연 200억달러 한도)도 추가적인 환율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 일각에서는 환율이 1460원 선을 넘어서면서 1500원대 진입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이 신중한 통화정책을 유지하고 미·중 통상 불확실성이 확대되면 1500원선도 열릴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반도체 수출이 개선되고 연준의 통화완화 기대가 확산되면 1,400원대 초반으로 다시 안정될 여지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석진 하나은행 외환딜러는 "연준의 긴축 종료로 달러 유동성이 완화되더라도 내국인 해외투자 확대 등 구조적 요인이 계속되는 한 환율이 1400원 아래로 내려오긴 쉽지 않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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