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칸소주 벤턴빌의 샘스클럽에서 한 여성이 신발을 살펴보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아칸소주 벤턴빌의 샘스클럽에서 한 여성이 신발을 살펴보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미국 정부의 장기 셧다운이 이어지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판단이 심각한 데이터 공백 속에 놓였다.

10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노동통계국(BLS)이 예정했던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가 연기됐고 두 차례 고용지표 발표도 중단되면서 연준은 인플레이션과 경기 흐름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BNP파리바는 최근 보고서에서 "정부가 빠르게 재가동되지 않는다면 10월 CPI는 발표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고용지표는 10월과 11월이 합쳐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설령 정부가 조기 정상화되더라도 통계 수집이 중단된 기간의 자료는 사후조사 방식으로만 보완 가능해 정확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9월 CPI는 전년 대비 3% 상승하며 예상보다 낮았고 변동성이 큰 식품·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도 같은 수준이었다. 클리블랜드 연준의 '나우캐스트(nowcast)' 지표는 10월 물가도 유사한 수준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공식 지표 부재는 연준 내 금리 인하 논쟁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노동통계국이 10월·11월 CPI를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전에 모두 처리하긴 어렵다"며 "10월 물가가 공개됐다면 12월 금리 인하가 유력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10월 금리 인하 이후 제롬 파월 의장은 "12월 추가 인하가 보장된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인플레이션이 다시 가속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연준 인사들은 "데이터가 불충분한 상황에서 추가 완화는 위험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현재 시장에서는 여전히 12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으나, 연준 인사들의 발언에 따라 분위기가 바뀔 여지가 크다. 이번 주에는 존 윌리엄스(뉴욕 연은 총재), 라파엘 보스틱(애틀랜타 연은 총재) 등 주요 인사들의 연설이 잇따라 예정돼 있다.

윌리엄스 총재는 '파이낸셜타임스' 인터뷰에서 "다음 금리 결정은 매우 미묘한 균형의 문제"라며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높지만 미국 경제는 여전히 회복력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글로벌 주요 중앙은행들도 금리 동결 기조를 유지하며 신중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캐나다 중앙은행은 10월 금리 인하 배경을 담은 회의 요약문을 공개할 예정이며, 영국은 물가 상승세가 정점을 지난 것으로 판단해 12월 인하를 준비 중이다.

스웨덴과 노르웨이, 일본 등도 금리를 동결한 가운데 일본은행 내부에서는 일부 위원들이 금리 인상을 주장하며 의견이 갈리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중국의 10월 소비자물가가 예상보다 높게 나타났고, 인도는 10월 물가가 0.4%로 둔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호주는 소비심리와 고용지표가 약세를 보이며 12월 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브라질은 기준금리를 15%로 유지한 가운데 10월 물가가 5%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콜롬비아는 물가가 5%대 중반까지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아프리카에서는 남아공이 재정적자 축소를 위한 중기 예산안을 발표할 예정이며, 가나는 IMF 프로그램에 맞춘 재정 기조 유지 여부가 관건이다.

셧다운이 장기화되면 연준은 12월 회의에서도 '불완전한 정보'에 의존해야 한다. 민간 기관의 고용 통계가 일부 대체 역할을 하지만, 인플레이션 지표는 정부 통계 없이는 보완이 사실상 어렵다.

시장 전문가들은 "정책 판단의 근거가 되는 공식 데이터가 사라진 상황에서 연준의 신중론이 강화될 수밖에 없다"며 "12월 인하는 불확실성이 커졌지만, 중기적으로 완화 기조는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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