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일 플로리다 팜비치에 있는 자신의 마라라고 별장으로 가는 길에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공동기지에 도착해 마린 원에서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https://cdn.ebn.co.kr/news/photo/202511/1685947_703909_5157.jpg)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선거에서 드러난 '생활비 부담' 여론을 일축하며 "가격은 내려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부 통계와 여론조사 결과는 이를 뒷받침하지 않아, 대통령의 현실 인식이 국민 체감과 동떨어져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에너지 비용도, 식료품 가격도, 모든 것이 내려가고 있다. 언론이 보도하지 않을 뿐"이라며 "지금 우리는 훨씬 나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이 생활비 문제를 선거 패배의 원인으로 지목한 데 대해 "사기극(con job)"이라고 반박했다.
미 노동부는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대비 3%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올해 1월 이후 가장 빠른 상승 속도다. 유권자들은 주거비와 식료품, 공공요금 부담이 여전히 "감당하기 어렵다"고 답했으며, 생활비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 민주당 후보들이 이번 선거에서 공화당을 제치고 다수 승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바이든보다 훨씬 낫다"며 "공화당이야말로 진정한 '생활비 안정의 승자'"라고 강조했지만 여론은 냉랭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참모들조차 "국내 경제 현안에 집중해야 한다"는 내부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화당 내부에서도 대통령의 인식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마조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은 CNN 인터뷰에서 "나도 직접 장을 보러 간다. 가격이 여전히 높다"며 "전기요금도 작년보다 오히려 올랐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증시의 강세와 해외 투자 유입이 경제가 건전하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주요 식료품(쇠고기·커피·바나나·유제품) 가격이 오르고, 주택은 여전히 비싸며 전기요금 역시 상승세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정육업체들이 가격을 담합하고 있다며 법무부에 수사를 지시했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 시절 추진됐던 조치와 유사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인플레이션은 바이든 시절 9%보다 낮다"고 주장하지만 국민들은 단순히 상승률이 둔화된 것보다 '실제 가격 인하'를 원하고 있다. 미시간대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 심리는 수십 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게다가 트럼프 행정부의 제조업 회귀 정책은 단기적인 경기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관세 인상으로 기업 투자와 고용이 위축됐고, 연방준비제도(Fed)는 "관세 상승과 수요 둔화로 제조업 활동이 전반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복귀 이후 6차례 이상 해외 순방을 다녀왔지만, 국내 일정은 대부분 자신이 소유한 리조트나 스포츠 행사 참석에 그쳤다. 민주당은 이를 "국민의 경제 현실과 동떨어진 행보"라며 비판하고 있다.
람 이매뉴얼 전 시카고 시장은 "트럼프는 마치 '드래그 분장한 마리 앙투아네트' 같다"며 "국민의 고통에 무관심하다"고 직격했다. 그는 "모든 대통령은 자신을 칭찬하는 사람들만 곁에 두려 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고립을 낳는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경제는 다시 회복 중"이라고 강조하고 있으나 국민의 체감 물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경제적 성과를 자평하는 대통령과 고통을 호소하는 국민 사이의 간극이 내년 중간선거의 최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