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마스터카드는 소매업체와의 협의를 통해 수수료를 0.1% 인하하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리워드 카드 축소 우려와 소매업계 반발이 동시에 거세지고 있다. 법원 승인을 거쳐야 하는 이번 협약이 성사될 경우, 글로벌 결제 시장의 패러다임 변화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출처=오픈AI]
비자·마스터카드는 소매업체와의 협의를 통해 수수료를 0.1% 인하하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리워드 카드 축소 우려와 소매업계 반발이 동시에 거세지고 있다. 법원 승인을 거쳐야 하는 이번 협약이 성사될 경우, 글로벌 결제 시장의 패러다임 변화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출처=오픈AI]

글로벌 결제 네트워크의 양대 축인 비자(Visa)와 마스터카드(Mastercard)가 미국 소매업계와 20년 넘게 이어온 수수료 분쟁을 마무리하기 위해 가맹점 정산 수수료 인하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11일 CNN에 따르면, 이번 협의는 카드 결제 생태계의 구조적 변화를 예고하는 동시에 소비자에게는 ‘리워드 카드 혜택 축소’라는 역풍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비자·마스터카드는 소매업체가 카드 결제 시 부담하는 정산 수수료(평균 2.35%)를 향후 5년간 0.1%포인트(p) 인하하기로 합의했다. 또 가맹점이 프리미엄 카드(고수수료 카드)의 결제를 거부하거나 고객에게 결제 수수료를 부과할 수 있는 선택권도 제공하기로 했다.

이 조치는 미국 내 최대 소송 중 하나로 꼽히는 ‘가맹점 수수료 담합 사건’을 종결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비자와 마스터카드는 20년간 주요 소매업체들로부터 “수수료 담합을 통해 시장 경쟁을 왜곡했다”는 비판을 받아왔으며, 앞서 지난 2023년 300억 달러(한화 약 43조7250억원) 규모의 합의안을 제시했으나 법원이 기각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합의에 대해 소매업계는 강하게 반발했다.

미국 전미소매업연맹(NRF)은 “이번 제안은 눈치 보기식 조정에 불과하다”며 “실질적인 구조 개혁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전국레스토랑협회도 “10bp(0.1%) 인하로 8년간의 가격 담합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번 합의가 승인될 경우 리워드 카드 시장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보스턴 연방준비은행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조애나 스테이빈스(Joanna Stavins)는 “리워드는 가맹점 수수료로 조달되기 때문에 수수료가 낮아지면 포인트 적립률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 내 전체 소비의 3분의 1 이상이 신용카드 결제를 통해 이뤄지고 있고, 카드사들은 항공 마일리지, 캐시백 등 ‘리워드 중심의 마케팅’으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왔다.

하지만 수수료 인하가 본격화되면 카드사 수익성은 악화되며, 연회비 인상·포인트 축소·제휴 혜택 축소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비자와 마스터카드는 공동 성명을 통해 “이번 합의는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고, 소상공인에게 더 큰 유연성과 비용 절감 효과를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스터카드 측은 “소규모 상인들이 더 많은 선택권과 단순화된 규칙을 통해 결제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수수료 인하 폭이 지나치게 작고, 시장 지배 구조는 그대로 유지된다”며 “결제 인프라를 둘러싼 실질적 경쟁력 제고보다는 명목상 합의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유럽연합(EU)은 2015년부터 신용카드 수수료를 0.3%, 직불카드는 0.2%로 제한해 왔다. 미국에서도 유사한 제도적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미소매업연맹의 법률고문 스테파니 마츠(Stephanie Martz)는 “법원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의회가 나서야 한다”며 “지속 가능한 결제 생태계를 위해 제도적 개입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이번 합의는 가맹점의 수수료 절감과 소비자 혜택 축소라는 엇갈린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높다.

소매업체들은 제품 가격 안정 효과를 기대하지만, 리워드 축소로 인한 소비자 불만이 확산될 경우 카드 결제 비중 자체가 줄어드는 역효과도 우려된다.

한 금융 전문가는 “수십 년간 리워드 중심으로 설계된 미국의 결제 문화가 전환점을 맞고 있다”며 “법원 승인을 계기로 글로벌 결제 시장의 ‘고수수료, 고리워드 모델이 해체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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