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신용카드와 체크카드를 합한 지급카드 일평균 이용 금액이 2017년보다 6.2% 증가했다. 카드 결제 증가로 현금이 아닌 전체 지급수단을 통한 결제금액은 일평균 80조원을 돌파했다.ⓒ연합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을 앞두고 정부가 카드사에 소상공인 가맹점 수수료 인하를 요청하면서 업계의 시름 깊어지고 있다. [출처=연합]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을 앞두고 정부가 카드사에 소상공인 가맹점 수수료 인하를 요청하면서 업계의 시름 깊어지고 있다.

지속된 가맹저 수수료율 인하로 수익성이 악화된 상황에서 추가적인 수수료 인하는 부담이라는 입장이다. 카드업계는 소비쿠폰 도입 관련해 업계의 입장을 전달하기 위해 정부와 대화 시도에 나섰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행정안전부는 소비쿠폰 도입과 관련해 카드사와 논의를 나누던 중 가맹점에 부과되는 결제 수수료율을 추가로 인하해달라고 요구했다. 

오는 21일부터 전 국민에게 지급되는 '민생 회복 소비쿠폰'은 1인당 최대 55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지역사랑상품권이나 사용 중인 신용·체크카드를 통해 지급되며 소비쿠폰은 지역 내 연매출 30억원 이하인 소상공인 사업장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카드업계는 소비쿠폰 신청을 위한 충전 및 결제 시스템을 완비해달라는 정부에 요청에 따라 전산 시스템 개발 및 서버 증설, 가맹점 분류 작업 등에 착수했다. 

이 와중에 날벼락을 맞았다. 상당수 소비자가 신용·체크카드를 통해 소비쿠폰을 사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카드사가 사회 환원 차원에서 소상공인 수수료 부담을 낮춰줘야 한다는 정부의 요구를 여러 차례 받으면서다. 

카드업계는 추가적인 수수료 인하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소비쿠폰을 통해 카드사들이 이득 볼 것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추가 수수료율 인하가 이뤄지면 역마진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다.

시스템 구축과 안내를 위한 콜센터 운영, 안내문자 발송 등 추가적인 부대비용 등을 고려하면 현재 받는 영세·중소 가맹점 수수료율도 벅찬 상황이다. 

소비쿠폰 정책으로 카드 결제액 증가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이게 수익으로 이어지지 않을 전망이다.

소상공인 지원 명목으로 2012년부터 3년 주기로 가맹점 수수료는 지속적으로 인하됐다. 올 2월에도 가맹점 수수료율이 추가로 인하되면서 0.4~1.45%로 책정돼 있다.  

연 매출 3억원 이하 영세가맹점의 카드 수수료율은 0.5%에서 0.4%로, 연 매출 10억~30억원 중소가맹점은 1.5%에서 1.45%로 각각 인하됐다. 

카드사들은 수수료 이익이 거의 '제로'인 상태로 본업인 결제사업에서 역마진을 감내하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카드사는 카드론 같은 대출에서 발생하는 이익으로 결제사업 마이너스를 보전하는 형국이다. 

이마저도 여의치 않아 수익성에 비상등이 켜졌다. 국내 8개 카드사(삼성·신한·현대·KB국민·롯데·하나·우리·비씨 등)의 올 1분기 순이익은 6047억원으로 전년 동기(7244억원) 대비 16.5% 감소했다. 

업계에선 지난 2020년 코로나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당시보다 역마진 폭이 더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코로나 긴금재난지원금 지급 때, 카드사들은 인프라 구축 비용, 가맹점에 3개월 먼저 지급할 자금 조달 비용 등의 여파로 총 80억원 적자가 난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 가맹점수수료율은 5년 전(0.8~1.6%)보다 더 낮아져 손실이 더 클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영세 가맹점이 부담하는 신용카드 수수료는 원가 이하의 수준"이라며 "소비쿠폰으로 카드사가 얻을 수익보다 비용이 더 많이 드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사회공헌 차원에서 동참한 것인데 추가로 가맹점 수수료율을 인하 요청이 들어온 것은 너무한 것 같다"고 전했다. 

여신금융협회는 업권이 처한 상황을 전달하기 위해 행안부에 면담을 요청했다. 다만 아직 답변이 오지 않아 구체적인 일정은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카드사가 수수료 인하는 못하더라도 상생에 동참하는 그림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 다른 관계자는 "새 정부가 상생에 동참하라는 메시지를 줬는데, 아예 무시하긴 어려울 것 같다"며 "민생회복에 협조하는 다른 방향을 제시할 수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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