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생성 이미지. [출처=오픈AI]
챗GPT 생성 이미지. [출처=오픈AI]

유통업계 전반에 구조조정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내수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고 글로벌 소비 둔화까지 겹치면서 주요 대기업들이 줄줄이 희망퇴직을 단행하고 있다. 그간 ‘안정적인 일자리’로 평가받던 유통 대기업들까지 인력 감축에 나서자 산업 전반으로 위기감이 확산하는 모습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칠성음료는 오는 21일까지 전 직급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한다. 롯데칠성이 희망퇴직에 나선 건 창사 75년 만에 처음이다. 대상은 1980년 이전 출생자이자 근속 10년 이상 임직원이다. 근속 10년 이상부터 15년 미만은 기준 급여(기본급·상여·수당 포함) 20개월분의 위로금이 지급된다. 재취업 지원금 1000만원과 대학생 자녀 1명당 학자금 최대 1000만원도 지원된다.

롯데칠성은 코로나19 이후 급격히 위축된 내수 소비와 원가 부담 증가로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1849억원으로 전년 대비 12.2% 감소했고 순이익은 600억원으로 60% 이상 급락했다.

롯데그룹 내에서는 이미 롯데웰푸드, 롯데백화점 등 다른 계열사에서도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한 바 있다. 그룹 차원에서 ‘선제적 긴축 경영’ 기조를 유지하면서 저수익 부문 인력 효율화와 디지털 전환을 병행하는 움직임이다.

LG생활건강도 지난달 면세점과 백화점 판촉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했다. 만 35세 이상(1990년 이전 출생자) 직원을 대상으로 기본급 20개월분, 생활안정지원금, 학자금 지원 등이 포함된 보상안을 제시했다. 회사는 이달 21일까지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지난 2023년에는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을 시행한 데 이어 지난해 11월에는 코카콜라음료도 인력을 감축했다.

LG생활건강은 중국 시장 부진과 고환율 여파로 실적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46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6.5% 급감했다. 뷰티 사업은 588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LG생활건강은 이선주 신임 사장을 필두로 쇄신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최근 온라인 사업이 확대되는 반면, 오프라인 부문은 축소되는 흐름 속에서 희망퇴직을 단행하게 됐다”며 “백화점과 면세점 등 매장 통폐합이 있었고 오프라인 매출 또한 줄어 경영 효율화와 인력 재배치 차원에서 이러한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편의점 세븐일레븐 운영사인 코리아세븐도 지난달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일반사원은 만 40세 이상 또는 직급 8년차 이상, 간부사원은 만 45세 이상 또는 10년차 이상 대상이다. 일반사원은 기본급 20개월분, 간부사원은 24개월분의 위로금과 재취업 지원금, 대학생 자녀 학자금이 제공된다.

세븐일레븐이 희망퇴직을 받는 건 1988년 한국 법인 설립 이래 2번째다. 세븐일레븐은 지난해 10월 첫 희망퇴직을 받은 뒤 1년 만에 다시 희망퇴직 신청을 받게 됐다. 희망퇴직 원인으론 실적 악화가 꼽힌다. 코리아세븐은 2020년 적자 전환 이후 2년 연속 구조조정을 이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흑자 전환에 성공하지 못했다.

세븐일레븐은 부실 점포를 정리하고 매출이 높은 지역에 집중하는 전략을 가동하면서 점포 수가 2023년 1만3130개에서 지난해 1만2152개로 1년 만에 978개 줄었다. 세븐일레븐은 “경영 효율화를 위한 고강도 노력으로 실적이 개선되고 있으나 체질 개선은 여전히 진행 중”이라며 “이번 희망퇴직의 규모를 따로 정해두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구조조정 바람은 이커머스 업계도 덮쳤다. 11번가는 지난 8월 희망퇴직을 실시하면서 석 달 연속 인력 구조조정에 나섰다. 희망퇴직 대상자는 입사 1년 이상 전 직원이다. 11번가는 근속 연수에 따라 최대 6개월치 급여와 함께 2개월의 커리어 전환 프로그램인 ‘넥스트 커리어(Next Career)’도 제공했다.

11번가의 이 같은 행보는 비용 절감을 통한 경영 효율화 작업으로 풀이된다. 실제 경영 효율화 작업의 효과로 11번가는 적자 규모를 줄이고 있다. 올해 2분기 11번가의 영업손실은 102억원으로 전년 동기(-183억원) 대비 44.2% 감소했다.

면세업계도 마찬가지다. 지난 4월 현대면세점은 서울 시내점 철수를 결정하면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신라면세점도 같은 달 일부 지점에서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업계 관계자는 “내수 회복이 지연되면서 유통 대기업들이 선제적으로 비용 절감에 나서고 있다”면서 “구조조정이 반복될 경우 숙련 인력 유출과 소비심리 위축으로 산업 전반의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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