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식품업계를 비롯한 내수 산업 전반에서 희망퇴직과 공채 축소가 확산되며 인력 감축 흐름이 가시화되고 있다. AI 도입이 가속화되면서 산업 구조 자체가 재편되고, 전통적 고용 방식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출처=오픈AI]](https://cdn.ebn.co.kr/news/photo/202511/1686939_705076_644.png)
장기 불황과 AI 확산, 이커머스의 급성장으로 내수 중심 산업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유통·식품업계 전반에서 희망퇴직이 잇따르고, 대형 공채가 중단되는 등 인력 감축 바람이 거세다.
AI 전환이 불러온 산업 구조 변화가 기존 고용 패러다임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6일 산업계에 따르면, 롯데칠성음료·롯데멤버스·코리아세븐·롯데웰푸드 등 롯데 주요 유통·식품 계열 4개사가 최근 잇따라 희망퇴직을 시행했다.
롯데칠성음료는 근속 10년 이상 임직원을, 롯데멤버스는 근속 5년 이상·45세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을 진행 중이다. 코리아세븐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롯데웰푸드는 지난 4월 근속 10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롯데그룹 측은 사업 효율화와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롯데멤버스는 AI 기반 데이터 비즈니스로 전환을 추진하며, 인공지능 도입이 인력 재편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롯데가 전통 리테일 기업에서 테크·데이터 기업으로 방향을 틀면서, 중복 업무와 단순 직무 중심 인력 구조를 정비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편의점업계는 매출 둔화와 비용 압박 속에 채용을 대폭 축소했다.
BGF리테일(CU)은 업황 둔화를 이유로 올해 하반기 공채를 중단했고, 세븐일레븐은 점포 효율화와 체질 개선을 병행하며 작년과 올해 두 차례 희망퇴직을 시행했다.
대형마트업계도 구조조정에서 예외가 아니다.
홈플러스는 올해 1월 대형마트·익스프레스 부문 공채 이후 회생절차 개시로 정기 공채를 중단하고 수시채용으로 전환했다. 지난해 12월에는 부산·울산·경남 지역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이마트 직원 수는 지난 2019년 2만5000여 명에서 올해 2만3000여 명으로, 롯데마트는 같은 기간 1만3000여 명에서 1만245명으로 줄며 양사 인력이 5000명 가까이 감소했다.
면세점업계 역시 관광 트렌드 변화로 인한 매출 하락을 견디지 못하고 감원에 나섰다.
롯데·신세계·현대·신라·HDC신라면세점 등 주요 업체들이 희망퇴직을 실시했고, 일부 시내점 사업권을 반납하며 인력 효율화를 가속화했다.
LG생활건강은 지난달 백화점·면세점 판매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했다. 화장품 소비가 오프라인에서 이커머스로 이동한 데 따른 대응책이다.
CJ CGV도 상반기 80여 명에 이어 하반기 추가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팬데믹 이후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급성장으로 관객 수가 회복되지 못한 상황에서 극장 산업의 구조적 침체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유통·식품기업들은 일괄 공채 대신 상시·수시 채용 체제로 인력 구조를 개편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2021년부터 정기 공채 제도를 폐지하고, 필요 인력을 분기별로 채용하는 ‘예측 가능한 수시 채용’ 방식을 운영 중이다.
현재 롯데웰푸드·롯데백화점·롯데호텔·롯데면세점 등이 이 방식을 활용하고 있으며, 다음 달에는 롯데홈쇼핑·롯데마트·롯데월드가 신입사원을 모집할 예정이다.
쿠팡·이랜드·아모레퍼시픽·에이피알·우아한형제들 등도 필요 인력을 즉시 투입할 수 있는 상시채용 체계를 운영 중이다.
한편 신세계·CJ·현대백화점·GS리테일·한화갤러리아 등 일부 그룹은 예년 수준의 하반기 공채를 유지하고 있으나, 채용 인원은 축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노동연구원 관계자는 “AI와 디지털 자동화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유통, 식품, 서비스업 전반에서 단순직 중심의 고용은 줄고 있다”며 “단기 효율화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일자리의 성격 자체가 바뀌는 과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기업의 AI 투자와 인력 효율화가 병행되는 시점에서 정부와 업계가 함께 디지털 전환기에 맞는 고용 정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