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핼러윈 시즌에도 유통업계는 침묵을 택했다. 2022년 이태원 참사 이후 핼러윈 마케팅은 사실상 자취를 감췄고, 올해 역시 사회적 분위기를 의식해 관련 행사를 자제하는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출처=오픈AI]](https://cdn.ebn.co.kr/news/photo/202510/1684648_702468_751.png)
올해 핼러윈 시즌에도 유통업계는 침묵을 택했다. 2022년 이태원 참사 이후 핼러윈 마케팅은 사실상 자취를 감췄고, 올해 역시 사회적 분위기를 의식해 관련 행사를 자제하는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대신 업계는 수능이나 크리스마스 등 연말 대목을 집중 공략하며 마케팅 전략을 전환하는 모습이 두드러지고 있다.
3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스타벅스·공차·파리바게뜨 등 주요 식품 브랜드는 물론 롯데월드·에버랜드 같은 대형 테마파크도 올해 핼러윈 관련 행사를 전면 중단했다. 대신 스타벅스는 수능 시즌에 맞춰 ‘클로버 샌드 쿠키’, ‘찰떡같이 합격파이’ 등 응원 상품을 내놨고,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는 ‘행운’을 테마로 한 수능 선물세트를 출시했다.
롯데월드는 행사명에서 ‘핼러윈’을 제외한 ‘호러 아일랜드’로 명칭을 바꾸고, 에버랜드도 ‘오즈의 마법사’를 주제로 대체 축제를 여는 등 ‘핼러윈’이라는 단어 자체가 상업 마케팅에서 사라진 모습을 보였다.
산업계의 이런 자제 기조에는 정부 분위기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과거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부터 이태원 참사 책임론을 강하게 제기해온 만큼, 각 산업계도 정부 기조에 발맞춰 핼러윈과 관련한 공식적 행보를 사실상 중단한 셈이다.
올해는 이태원 참사 이후 처음으로 정부 차원의 공식 추모 행사가 진행되면서 이러한 분위기는 더욱 공고해졌다. 지난 29일 서울 광화문 북광장에서 열린 참사 3주기 기억식에서 정부는 경찰의 사전 대비 부족과 대통령실의 용산 이전 등을 언급하며 책임 소재를 재차 짚기도 했다.
이에 유통업계는 11월 ‘수능’과 ‘빼빼로데이’를 중심으로 한 소비 특수에 집중하고 있다. 해태제과는 ‘수능 홈런볼’과 ‘메가 홈런볼’을 50만 개 한정 출시했고, 농심은 ‘정답의 상징’을 내세운 한정판 ‘양파링’을 내놨다. 오리온, 크라운제과도 수험생 응원 세트를 선보였다.
롯데웰푸드는 11월 11일 ‘빼빼로데이’를 앞두고 홍대입구역 등 도심 주요 지역에 대형 전광판 광고를 설치하고 55개 지하철역 옥외 광고를 운영하는 등 대대적인 마케팅을 진행 중이다. 회사에 따르면 빼빼로 내수 매출의 절반이 9월 중순부터 11월 중순 사이에 집중되며, 올해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뉴욕·LA·하노이 등에서 현지 행사를 병행하고 있다.
편의점 업계도 수능 마케팅에 뛰어들었다. GS25는 EBS와 협업한 수강 쿠폰 동봉 빼빼로를 출시했고 세븐일레븐은 방한용품·간식 등 수험생 맞춤형 상품을 선보였다. 업계에 따르면 스낵·쿠키류 매출은 10월 대비 11월 초 4배 이상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과거 핼러윈은 10월 마케팅의 핵심이었지만 이제는 수능과 크리스마스 등 연말 대목에 더 집중하는 구조로 바뀌었다”며 “소비자 심리를 자극할 수 있는 감성 마케팅을 시기별로 정교하게 운용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사회적 참사에 대한 책임 규명과 애도 문화의 제도화를 강조하면서 기업들도 자율적으로 이에 동조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상업적 이벤트보다 사회적 분위기를 우선하는 기조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