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면세점이 인천국제공항 제1·2여객터미널에 걸쳐 운영 중이던 DF2(화장품·향수·주류·담배) 구역 사업권을 반납하기로 결정했다. [출처=신세계면세점]](https://cdn.ebn.co.kr/news/photo/202510/1684363_702155_2037.jpg)
신세계면세점이 인천국제공항 제1·2여객터미널에 걸쳐 운영 중이던 DF2(화장품·향수·주류·담배) 구역 사업권을 반납하기로 결정했다고 30일 밝혔다. 해당 구역은 인천공항 면세점 중 핵심 권역으로 꼽히지만, 인천공항공사 측과 임대료 조율에 실패하며 신라면세점에 이어 결국 '백기'를 들었다.
이번 결정으로 신세계면세점은 약 1900억원에 달하는 위약금을 부담하게 되며, 계약 조건에 따라 최소 6개월간 의무 영업을 지속해야 한다. 현재 신세계면세점은 인천공항 DF2구역에서 1터미널과 2터미널에 걸쳐 4709㎡ 규모에서 화장품·향수·주류·담배 판매를 하고 있으며 2026년 4월 27일까지 운영된다.
신세계면세점 측은 "고환율, 경기 둔화, 주 고객의 구매력 감소 및 소비 패턴의 변화 등 면세 시장에는 부정적이고 예측하기 어려운 환경이 지속되고 있다"며 "이에 객단가 상승을 위해 노력하는 한편 인천공항 임대료 인하를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실제 신세계는 임대료 40% 인하를 요구하는 조정 신청서를 제출했고 법원은 다른 구역인 DF1에 대해 임대료 25% 인하 강제조정을 결정했다. 그러나 인천공항공사가 이에 이의를 제기해 조정안 효력이 무산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공사는 임대료 감면이 배임 소지가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고액 임대료를 써낸 자율입찰 결과를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계약 해지를 넘어 국내 면세 산업 전체의 위기를 반영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신라면세점에 이어 신세계까지 DF1·2 구역에서 철수하면서 해당 권역의 재입찰이 불가피해졌다. 현재 롯데면세점과 현대백화점면세점, 중국 국영 면세기업 CDFG 등이 후보로 거론된다. 특히 CDFG가 재입찰에 나설 경우 인천공항이라는 국가 관문에 외국 자본이 대거 유입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면세점은 입국 직후 외국인이 마주하는 국가 이미지의 전면에 있는 만큼 중국 기업의 입점은 '안방 내주기'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있다. 업계는 인천공항공사의 고압적 행정과 경직된 임대료 체계가 이번 사태를 자초했다고 지적한다. 코로나19 이후 아시아 주요 공항들이 면세점과 상생을 위해 임대료를 감면한 것과 달리, 인천공항은 1%의 유연성도 보이지 않았다는 비판이다.
신세계면세점은 이번 철수를 계기로 명동 시내면세점과 인천공항 DF4(패션·잡화) 권역에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그러나 면세 산업의 구조적 한계와 공공기관의 협상 경직성이 반복된다면 주요 국내 면세 사업자들의 추가 철수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 전문가는 "면세점은 단순 유통 채널이 아닌 국가 브랜드의 일환"이라며 "단기 수익에 치중한 공사의 태도는 장기적으로 국내 시장을 외국 자본에 내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정부 차원의 중재와 제도 개선 없이는 이번 사태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