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업 불황 속에 불거진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임대료 갈등이 법원의 강제조정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출처=연합]
면세업 불황 속에 불거진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임대료 갈등이 법원의 강제조정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출처=연합]

면세업 불황 속에 불거진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임대료 갈등이 법원의 강제조정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법원이 입점 면세점들의 손을 들어주자 인천국제공항공사가 강하게 반발하며 이의 신청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양측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면세점들은 소송이나 사업 철수라는 극단적 선택을 고민하는 상황에 놓였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인천지방법원은 최근 신세계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이 제기한 임대료 조정 신청에 대해 각각 27.2%, 25.3% 인하하라는 강제조정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신세계면세점의 객당 임대료는 9020원에서 6568원으로, 신라면세점은 8987원에서 6717원으로 인하된다. 법원은 면세점 측이 요구한 40% 인하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업황 변화에 따른 일정 부분의 조정 필요성은 인정한 것이다.

두 면세점은 앞서 인천공항 제1·2 여객터미널 내 화장품·향수·주류·담배 매장의 임대료가 과도하다며 지난 4~5월 법원에 조정을 신청했다. 공항 이용객 수에 연동해 임대료가 산정되는 현재 구조는, 입국객 증가에도 불구하고 소비는 줄어드는 면세점 업계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이 면세점 측의 주장이다.

실제 인천공항 면세점 임대료는 2023년 7월부터 고정 금액이 아닌 여객 수 기준 객당 임대료 방식으로 변경됐다. 그러나 팬데믹 이후 소비패턴이 바뀌면서 입국객 증가에도 불구하고 매출은 감소하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면세점들은 “매출은 줄었는데 임대료는 오히려 오르는 기형적 구조”라고 반발해 왔다.

하지만 인천국제공항공사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며 강제조정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공사 측은 "법원 조정안은 인하 금액만 제시했을 뿐 정당한 산출 근거가 없다"며 "계약은 국제입찰을 통해 체결된 것으로, 법적 강제력이 없는 조정안은 수용 불가"라고 밝혔다. 공사는 2주 이내 이의 신청이 가능하며, 법원으로부터 조정안 송달을 받은 날인 지난 5일부터 계산해 오는 26일까지 이의 제기를 마칠 수 있다.

공사가 이의를 신청하면 강제조정은 효력을 상실한다. 이에 따라 두 면세점은 △소송 진행 △위약금 지불 후 계약 해지 △현재대로 영업 지속 등 세 가지 대응 방안을 놓고 고심 중이다. 법원 판단이 면세점에 유리하게 기운 만큼 본안 소송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지만, 소송에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돼 부담이 크다.

반면 계약 해지 시에는 각각 약 1,900억 원의 위약금을 부담하고, 6개월 동안은 의무적으로 영업을 이어가야 하는 조건이 따른다.

이번 강제조정안에서 제시된 임대료는 2023년 입찰 당시 탈락한 롯데면세점과 중국국영면세점그룹(CDFG)이 제시했던 임대료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이는 법원이 당시보다 악화된 업황을 고려해 현 시점에서의 적정 임대료를 새롭게 판단했음을 시사한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아직 대응 방안은 정해지지 않았다”며 “공사의 이의 신청 여부와 추후 상황을 지켜본 뒤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계약 갈등을 넘어 코로나19 이후 공항 상업시설 운영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 필요성을 시사하는 사례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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