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 세계에서 K 콘텐츠가 인기를 끌면서 한국을 찾는 관광객이 큰 폭으로 늘고 있으나 면세점 업황은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사진은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 면세구역. [출처=연합뉴스]
최근 전 세계에서 K 콘텐츠가 인기를 끌면서 한국을 찾는 관광객이 큰 폭으로 늘고 있으나 면세점 업황은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사진은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 면세구역. [출처=연합뉴스]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임대료 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 신라·신세계 면세점이 철수를 선택할 경우 사실상 인천공항 시장에서 퇴출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공사가 임대료 협상에 나서지 않는 이유가 '공개입찰의 공정성을 훼손할 수 없다'는 원칙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 계약 위반으로 철수한 면세점을 재입점시킬 가능성은 사실상 희박하다는 예상이 나오면서다.

17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신라·신세계 면세점이 인천공항에서 철수한 이후 임대료를 낮춰 재입찰에 나설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앞서 신라·신세계 면세점은 올해 초 적자가 쌓이고 있다며 임대료 40%를 감면해 달라는 민사 조정 신청을 법원에 냈지만 공사가 조정에 불참하면서 조정은 결렬됐다. 

현재 두 면세점이 인천공항에 지불하는 월 임대료는 약 300억원 수준이다. 월 이용객이 300만명에 달하는 가운데 신라면세점은 인당 8987원, 신세계면세점은 9020원을 부담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러한 구조가 장기적으로 지속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신라와 신세계는 지난 2023년 4월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자로 선정돼 10년간 운영권을 확보했다. 운영권을 유지할 경우 앞으로 남은 8년간 부담해야 할 임대료 규모는 약 3조원에 달한다.

반면 두 면세점이 운영하는 구역은 인천공항 제1·2여객터미널의 화장품·향수(DF1)와 주류·담배(DF2) 매장으로 만약 철수를 선택할 경우 사업자당 위약금은 약 1900억원에 그친다. 연간 임대료로 3600억원을 지출하는 것보다 위약금을 내고 철수하는 편이 손실을 줄이는 길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면세점들이 쉽게 철수를 결정하지 못하는 이유는 과도한 임대료 부담은 덜 수 있더라도 인천공항 재입점이 사실상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재 임대료 부담을 키운 것도 결국 사업자 스스로의 결정이었던 만큼 계약 위반의 정당성을 설득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앞서 인천공항공사가 2023년 제4기 면세점 입찰에서 1인당 여객수수료를 평균 5500원대로 제시했을 때 신라·신세계는 낙찰을 위해 이보다 60%가량 높은 금액을 써낸 바 있다. 

이와 관련 인천공항공사는 "신라, 신세계 면세점이 입찰당시 최고가 투찰 방식에 따라 사업권을 획득한 후 임대료 감액을 요구하는 것은 입찰의 취지와 공공성, 기업의 경영책임을 회피하는 행위에 해당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두 면세점이 철수를 선언하더라도 재입찰을 도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패널티가 있더라도 입찰에는 변수가 많기 때문에 안 들어올 이유가 없다"이라며 "기존 면세점이 임대료를 높게 써서 문제가 됐을 뿐 적절하게 입찰금액을 제시하면 충분히 매력있는 영업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철수 면세점의 복귀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공사가 이미 이들의 요구를 '공정성 위반'과 '경영책임 회피'로 규정한 상황에서 동일 기업을 다시 선정한다면 입찰 제도의 신뢰성과 공공성이 무너진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철수는 곧 인천공항 시장에서의 퇴출을 의미하는 셈이다.

면세점 2개사가 모두 철수를 선언하더라도 빈자리는 곧바로 채워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재입찰 시 적정임대료 수준도 현재보다 낮게 제시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진협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재입찰 시 현재 임대료 대비 낮은 임대료가 제시될 것"이라며 "현 수준 대비 약 40%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임대료가 법원에서 제시한 25~30% 감면되면 당사가 입찰 당시 제시한 금액(6738원)보다 낮아지는 수준"이라며 "이 정도 금액 정도는 손익분기(BEP)를 충분히 맞출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인천공항 면세점에 자리가 나면 들어가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신라, 신세계 면세점이 철수를 결정할 경우 다른 경쟁 면세점에 자리를 내주는 상황"이라며 "위약금 부담, 소송 가능성, 재입점 불가 리스크까지 겹쳐 두 회사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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