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면세점이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임대료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철수를 결정하면서 공항 사업의 미래에 대한 불안이 커지고 있지만, 정작 업계의 더 큰 위기는 시내 면세점에서 시작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출처=오픈AI]](https://cdn.ebn.co.kr/news/photo/202509/1679861_697043_4220.jpg)
신라면세점이 임대료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인천국제공항점 철수를 결정했다. 이로 인해 공항 면세 사업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정작 업계 안팎에서는 “진짜 위기는 시내 면세점에 있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온다.
면세업계의 수익 구조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시내점의 매출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전의 절반 수준으로 추락하면서, 업계 전체가 근본적인 흔들림을 겪을 수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24일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 7월 국내 면세점 전체 매출 9199억원 가운데 시내점 매출은 6452억원으로 70.1%를 차지했다. 반면 공항 출국장 매출은 2307억원에 불과해 비중은 25% 수준이었다.
문제는 시내점 매출이 전년 같은 달 대비 15.8% 줄어든 반면, 공항점은 같은 기간 19.7% 증가했다는 점이다. 공항 임대료 논란이 여론을 주도했지만, 업계의 뿌리를 이루는 시내점 부진이 더욱 심각하게 악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장기 추세로 보면 상황은 더욱 비관적이다. 지난해 시내 면세점 매출은 11조3239억원으로, 2019년의 21조원에 비해 46%가량 줄었다. 불과 5년 사이에 약 10조원의 매출이 증발한 셈이다. 같은 기간 공항점도 매출 감소를 피하지 못했지만 감소폭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었다.
전문가들은 시내점 침체의 원인으로 중국인 보따리상(다이궁)에 대한 과도한 의존과 외국인 관광객들의 소비 행태 변화, 그리고 올리브영·다이소·무신사 등 대체 쇼핑 채널의 급부상 현상을 지목한다.
이 같은 구조적 위기는 주요 사업자 모두를 압박하고 있다. 신라·신세계면세점의 인천공항 임대료 인하 요구와 신라면세점의 사업 철수 결정이 표면적으로는 공항점 문제로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시내점 부진을 만회하려는 절박함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도 뒤따른다.
이미 일부 기업은 선제적인 구조조정에 나섰다.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호주 멜버른 시내점과 올해 초 뉴질랜드 웰링턴 공항점을 폐점했고, 국내에서도 실적이 부진한 일부 시내점의 영업 규모를 줄였다. 현대백화점의 현대면세점은 지난 8월 서울 동대문점을 철수하며 시내 사업 재조정에 들어갔다.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렸던 면세점이 이제는 ‘고정비 부담만 안기는 골칫덩이’로 전락하고 있는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중소 사업자의 현실은 더욱 절박하다. 동화면세점은 오는 12월 특허 만료를 앞두고 존속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새 특허를 취득하지 못하면 영업을 이어갈 수 없는데 특허 갱신은커녕 사업장이 현재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곳의 지난해 매출은 152억원으로 2023년의 절반 수준에 그쳤고 팬데믹 직전인 2018년 3464억원과 비교하면 4%에 불과한 수준까지 외형이 쪼그라들었다. 영업손실은 27억원에 달하며 9년째 적자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 자본총계는 이미 838억원의 마이너스를 기록해 6년째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이처럼 시내점 붕괴가 현실화되면서 면세업계는 회생의 실마리를 중국 단체관광객 유치에서 찾고 있다. 정부가 이달 말부터 중국 단체 관광객의 무비자 입국을 허용할 예정임에 따라 대형 면세점들은 발 빠르게 대응에 나선 상황이다.
롯데는 명동 본점 특허를 2030년까지 연장하는 한편, 중국 여행사와 업무협약을 맺고 알리페이·위챗페이 결제 시 적립금을 제공하는 마케팅을 진행한다. 신라는 현지 여행사와 손잡고 마이스(MICE) 단체 유치를 추진하고 있으며, 신세계는 온라인몰을 통해 대규모 할인 혜택을 내걸었다.
그러나 이러한 마케팅 공세가 단기간에 실질적 성과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유커(중국인 단체관광객) 부재 이후 시장이 구조적으로 변화한 만큼, 과거와 같은 소비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도 있다.
만약 시내점 매출 반등에 실패한다면 현대백화점 동대문점 사례처럼 추가적인 철수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는 시내점 매출로 공항점 적자를 보전해온 기존의 산업 구조를 무너뜨리며, 공항 면세점 운영마저 위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 전반의 긴장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지금 면세산업이 직면한 진짜 위기는 공항이 아니라 시내 한복판에 도사리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유커 수요가 돌아온다 해도, 팬데믹 이전과 같은 대규모 쇼핑이 재현되긴 어렵다. 외국인 관광객의 소비 성향이 이미 변화한 데다, 보따리상 대상 대량 구매 모델도 지속 가능성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며 “시내점의 체질 개선 없이는 면세산업 전체의 지속 가능성이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