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 이상 중국인 단체관광객은 오는 29일부터 무비자로 최대 15일 동안 대한민국 전역을 여행할 수 있다. 사진은 서울 중구 명동 거리. [출처=연합뉴스]
3인 이상 중국인 단체관광객은 오는 29일부터 무비자로 최대 15일 동안 대한민국 전역을 여행할 수 있다. 사진은 서울 중구 명동 거리. [출처=연합뉴스]

한때 면세업계 '큰 손'으로 통했던 중국인 단체관광객(요우커)의 무비자 입국이 시행되면서 침체됐던 면세 시장이 다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업계 안팎에서는 "국내 면세업계가 다시 중국 의존의 덫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나온다. 단기 매출 반등이 가능하더라도 산업 체질이 개선되지 않으면 이번 호재 역시 '반짝 회복'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다.

2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날부터 내년 6월30일까지 국내·외 전담여행사가 모객한 3인 이상 중국인 단체관광객은 비자 없이 15일간 국내 관광을 할 수 있다. 

업계는 매출 반등에 대한 기대감과 역기저효과에 대한 우려가 공존하는 분위기다.

지난 2016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 이후 중국 정부의 단체관광 제한 조치로 면세점 산업은 직격탄을 맞았다. 당시 전체 매출의 70% 이상을 중국인 관광객이 차지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8년이 지난 현재도 구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신세계·신라·롯데 등 주요 면세점의 중국인 매출 비중은 여전히 절반을 넘어서고 있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무비자 시행은 코로나 이후 가장 큰 호재지만 '중국 특수' 중심의 성장 전략이 반복된다면 또다시 외부 변수에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무비자 입국 시행을 앞두고 롯데면세점이 한동안 중단했던 다이궁(중국인 보따리상) 거래를 재개한 것은 상징적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단체관광객 유입 확대가 단기 실적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면세점 산업의 왜곡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면세업계의 손님 맞이 패턴은 '여행사-단체관광객-보따리상'으로 이어지는 과거 모델의 재현"이라며 "이 구조가 고착화되면 소비 품목도 명품과 화장품으로 제한되고 지역 관광 및 체험 소비와의 연계가 약화된다"고 분석했다. 

면세점 산업이 지속 가능한 회복을 이루기 위해서는 '중국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관광업계 관계자는 "우선 관광객 국적 다변화가 필요하다"며 "동남아·미국·중동 등 신규 시장을 겨냥한 인바운드 마케팅을 강화해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단체관광 중심의 오프라인 매출에서 벗어나 온라인면세와 예약형 쇼핑 플랫폼 등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계한 통합 쇼핑 환경을 구축하고 다양한 국적의 관광객이 한국을 경험하고 다시 찾을 수 있는 '한국형 관광 소비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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