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TSMC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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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버블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대만 TSMC의 매출 성장 둔화와 거물 투자자 마이클 버리의 비판이 맞물리며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업계는 여전히 낙관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AI가 이끄는 메모리 호황이 단기 유행이 아니라 실적 기반의 구조적 성장세라는 판단에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대만 반도체 파운드리 TSMC의 월간 매출이 둔화하면서 AI 버블 우려로 시장은 술렁였다. TSMC의 10월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9% 증가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인 16%와 비슷하지만, 18개월 전인 2024년 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최근 거대 기술기업들이 연이어 역대 최고 수준의 실적을 발표했음에도 시장에서는 AI 거품론이 확산하고 있다.

여기에 헤지펀드 투자자 마이클 버리가 일부 빅테크들이 인위적으로 회계상 수익을 부풀리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시장의 우려를 키웠다.

AI 버블론이 현실화할 경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체도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증권가는 낙관론에 무게를 두고 있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 11일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코스피 5000시대 도약을 위한 세미나'에서 AI 버블론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드러냈다. 김 센터장은 "1999년 닷컴버블과 달리 현재는 실적과 밸류에이션 모두 탄탄하다"며 "내년 빅테크 업체의 설비투자가 꾸준히 늘어나 우상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보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내년도 메모리 시장은 AI 인프라 수요 급증과 공급 제약이라는 구조적 변화 하에 '공급자 우위' 국면을 맞이할 것"이라며 "매출액은 전년 대비 56%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출처=엔비디아]
[출처=엔비디아]

과거 반도체 업황 다운사이클을 예측했던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도 AI 수요 기반의 메모리 호황을 전망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상향했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확인한 바로는 D램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넘어섰고 신고가는 통상 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D램 가격 전망치는 최근 2주 만에 가파르게 상승했고, 낸드 계약가도 eSSD(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생산업체의 견조한 견적가에 힘입어 4분기에 20∼30% 상승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빅테크들도 긍정적인 전망을 제시하며 버블론을 불식시키는 분위기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8일 대만에서 자사의 최신 GPU(그래픽 처리 장치) '블랙웰'의 수요가 급증해 웨이퍼를 TSMC에 추가 주문했다고 말했다.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CEO도 최근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세계가 AI의 성장을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AI 확산이 주도하는 메모리 수요에 대응해 증설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AI 에이전트 확산으로 메모리 집약형 컴퓨터 서버가 증가하면서 AI 컨벤셔널 서버 수요도 동반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내년 고객 수요가 당사의 공급을 상회할 것"이라고 밝혔다.

SK하이닉스도 컨퍼런스콜에서 향후 5년 동안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이 보수적으로 봐도 연평균 30% 이상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메타·알파벳(구글 모회사)·마이크로소프트(MS)·아마존 등 주요 빅테크들의 내년 AI 부문 자본지출 규모는 총 4000억달러에 달하며 이는  올해보다 21% 증가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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