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HD현대중공업]](https://cdn.ebn.co.kr/news/photo/202511/1686478_704527_346.png)
한국형 차기 이지스 구축함(KDDX) 사업이 또다시 표류하고 있다. 방위사업청이 수의계약만 고집하면서 사업 지연이 불가피해서다. 업계 안팎에선 KDDX 사업에 대한 신뢰 저하가 우려되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기존 관행에만 기댄 방사청 태도에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은 오는 14일 열릴 방위사업기획·관리분과위원회에 상정할 안건으로 또다시 ‘수의계약’ 방안만을 제출할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3월, 4월, 8월, 9월 분과위에서 연이어 수의계약 추진안이 부결된 데 이어, 11월 사전설명회에서도 동일한 안건이 반복되면서 국회·언론·민간위원 모두의 피로감과 불신이 극에 달한 상황이다.
방사청 함정사업부는 최근 민간위원 대상 사전설명회에서 KDDX 사업자 선정 방식으로 △(1안) 수의계약 △(2안) 경쟁입찰 △(3안) 상생안으로 구분해 제시했다.
그러나 세 가지 안 제시는 형식적인 절차였을 뿐, 방사청의 실질적 설명과 주장은 여전히 ‘단독 수의계약’에만 집중됐다.
실제로 방사청은 경쟁입찰안에 대해 HD현대의 보안 감점 이슈 때문에 한화오션이 유리하다는 이유로 실효성을 부정했다. 이어 공동개발안에 대해서는 담합 우려와 양사 간 합의 부재를 이유로 배제했다.
한 군사전문가는 "이전 회의와 한 치도 달라지지 않은 상황"이라며 "방사청이 해군력 강화보다는 행정 편의만 고집해 비판이 쏟아졌다"고 사전설명회 분위기를 전했다.
방사청은 그 동안 ‘업체 간 협의 부재’를 상생안 불가의 이유로 제시해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를 행정적 모순이라고 꼬집는다. 수의계약만 고집하는 방사청의 태도 자체가 업체 간 대화·협의의 필요성을 원천 봉쇄하는 구조를 만들었는데 ‘협의가 없으니 상생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자기모순적 논리라는 것이다.
게다가 업체 간 사전 협의는 공정거래법상 명백한 담합 행위로 금지돼 있음에도, 방사청은 ‘합의가 없으므로 상생 불가’라는 이유를 들어 자신들의 수의계약 고집을 정당화하고 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담합이 안 되니 상생이 어렵다는 논리는 행정기관의 자가당착"이라며 "사실상 방사청이 스스로 상생 불가의 명분을 만든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2월 산업통상자원부는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을 복수 방산업체로 지정하며 경쟁입찰·공동개발 등 다양한 참여 방식을 열어뒀다. 그럼에도 방사청은 개념설계·기본설계 기간 내내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를 위한 경쟁평가 기준조차 마련하지 않았다.
방산업계에서는 방사청이 처음부터 경쟁입찰 의지가 없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경쟁은 기술혁신과 예산 효율성을 담보하는 최소한의 장치"라며 "경쟁 없는 조달은 결국 원가 상승과 일정 지연으로 귀결된다"고 지적했다.
오는 14일 열릴 분과위에서 수의계약안이 부결될 것은 확실하다. 논리도 없이 반복되는 수의계약안 상정은 여론의 강력한 반대 기류를 뚫어낼 수 없기 때문이다.
방사청의 이 같은 대응은 결국 KDDX 전력화 일정의 지속적인 지연과 비용 낭비로 이어지고 있어 더 큰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이제는 방사청이 수의계약 추진을 접고, 경쟁입찰 혹은 상생안을 중심으로 한 실질적 기본계획안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는 방산 전문가들의 지적을 방사청이 수용할 시점이라는 얘기다.
KDDX는 단순한 함정사업이 아니라, 대한민국 해군의 미래 전력과 조선 방산기술의 자립을 결정짓는 프로젝트다. 그러나 방사청이 1년 반 넘게 같은 안건만 반복 제출하고, 새로운 검토나 대안 제시조차 하지 않는 모습은 국가 기관으로서 책무를 망각한 행태로 비판 받을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의 국방력과 방산산업의 신뢰를 지키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방사청이 행정 편의주의를 버리고 다각적 검토에 나서야 한다.
정치권의 과도한 개입이 사업 지연의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엄효식 국방안보포럼 사무총장은 "대기업 간 수주 경쟁에서 상생안 마련은 어불성설임에도 정치권에서는 뚜렷한 대안 없이 상생안을 만들라고만 한다"며 "결국 방사청은 결정의 책임을 져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법적 문제가 없는 쪽을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