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시티 공장 조감도.[출처=LG전자]](https://cdn.ebn.co.kr/news/photo/202511/1686592_704652_469.jpg)
국내 제조업 공급망의 축이 14억 인구의 거대 시장, 인도로 이동하고 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고(高)관세 정책과 보호무역 기조 확산 속 안정적인 생산·조달 구조와 현지 수요 확대를 통한 성장 잠재력이 크다는 평가에서다.
HS효성, LG전자, 삼성전자, 현대차, 포스코 등 주요 제조사들은 잇달아 인도 내 신규 생산·투자 거점을 확충하면서 '포스트 차이나' 시대의 공급망 지도를 새로 그려가고 있다.
13일 산업계에 따르면 HS효성첨단소재는 3000만 달러(약 430억 원)를 출자해 타이어코드 생산을 위한 인도 현지 법인(HS Hyosung India Private Limited)을 설립한다. 타이어코드는 자동차 타이어의 안전성, 내구성, 주행성을 보강하기 위해 타이어 내부에 들어가는 핵심 보강재이다.
특히 인도 마하라슈트라주 나그푸르(Maharashtra州 Nagpur) 산업단지에 약 7만평 규모의 생산부지를 확보하고 2027년 타이어코드 공장을 완공해 제품 생산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향후 에어백 원단 등 자사 핵심 제품군의 생산 라인 증설도 단계적으로 검토할 전망이다.
이는 글로벌 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한 행보로, 이번 투자는 폴리에스터 타이어코드의 글로벌 수요 증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생산 기지를 다각화하기 위함이다.
회사 측에 의하면 인도는 세계 3위 규모의 자동차시장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정부의 인프라 확대와 물류산업 발전으로 타이어 수요가 급증하는 곳이다. 이에 따라 타이어코드의 현지 조달 수요 또한 지속 늘고 있다.
HS효성첨단소재는 이번 투자를 통해 인도 내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고 시장 점유율을 확대, 급변하는 시장에 신속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는 복안이다.
전자업계도 인도 투자를 늘려가고 있다. LG전자는 인도 안드라프라데시주 스리시티에 약 6억달러(약 8747억원) 규모의 제3 가전공장을 지난 5월 착공했다.
LG전자는 스리시티 공장을 프리미엄 가전 생산 기지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빠르게 증가하는 인도 내 고급 소비 수요에 적극 대응하고, 현지화된 제품 라인업을 강화해 현지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인도에서 널리 유통되는 의류 섬유에 맞춘 세탁기 △높은 습도 및 전력 환경에 최적화된 에어컨 △현지 주거 및 사용 습관에 기반한 냉장고·TV 등 지역 특화 제품 생산물량을 늘려 인도를 중동·남아시아 수출허브로 삼겠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LG전자 인도법인은 10년 넘게 인도 내 가전제품·소비자 전자제품 부문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3조7910억원, 순이익 3318억원을 올려 전년대비 각각 14.8%, 43.4% 성장한 바 있다.
삼성전자 전장 사업의 핵심 계열사인 하만(Harman)의 경우 인도 현지 공장에 603억원을 신규 투자해 생산능력을 대폭 높인다. 인도를 하만의 전장 핵심 거점으로 삼으면서 커넥티드 카(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차량) 등 차세대 사업에 속도를 낸다는 구상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인도 증시 상장 이후 인도 투자에 본격 나서고 있는 현대차는 2030년까지 약 50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진행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으며, SK엔무브는 지난달 인도 자동차 부품 기업인 아난드그룹 계열사 가브리엘 인디아와 합작법인 'SK엔무브 가브리엘 인디아' 설립 계약을 맺었다. 포스코그룹은 인도 1위 철강사인 JSW그룹과 손잡고 현지에 연간 생산량 600만톤 규모 일관제철소를 건설할 예정이다.
한편 인도는 최근 3년 동안 연평균 GDP 성장률이 약 8%를 기록하며 글로벌 제조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나렌드라 모디 정부는 제조업 확대를 위해 생산연계 인센티브(PLI)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외국인 직접투자(FDI) 유치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산업계 관계자는 "인도는 거대한 내수시장과 안정적 생산 기반, 정부 지원 정책이 결합된 매력적인 투자처"라며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현지 생산 거점을 확보하는 기업이 경쟁 우위를 점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