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오픈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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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 건설사 삼부토건의 회생 시계가 다시 한 번 뒤로 돌아갔다. 법원이 회생계획안 제출 기한을 내년 1월 중순으로 늦추는 것을 허용하면서 회사는 숨 고를 시간을 벌었지만, 그 사이에 풀어야 할 과제는 오히려 더 무거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매각 시장의 미지근한 반응, 악화된 재무 구조, 경영진을 둘러싼 형사 재판 등 복합 리스크가 얽히면서 회생과 매각이 동시에 성사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진통이 불가피해 보인다.

삼부토건은 지난 12일 회생절차 개시결정 정정신고를 제출해 회생계획안 제출 시한을 종전 2025년 11월 17일에서 2026년 1월 17일로 변경했다고 공시했다. 9월 공시에서 제시했던 올해 11월 중순 마감일을 약 두 달 뒤로 미룬 것이다. 회생채권 신고와 조사 등 절차적 일정은 이미 소화했지만, 채권단 설득과 구조조정 시나리오 정교화에 추가 시간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반영된 조정으로 해석된다.

삼부토건은 지난 3월 6일 서울회생법원으로부터 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받았다. 법원은 별도 외부 관리인을 세우지 않고 대표이사 오일록을 관리인으로 지정했다. 같은 날부터 3월 27일까지 회생채권자·담보권자·주주 목록을 받았고, 이어 3월 28~4월 17일 회생채권·담보권·주식 신고, 4월 18~5월 8일 채권 조사 기간을 거치며 회생의 골격을 세우는 단계까지는 예정대로 진행했다. 

다만 그 이후 실제 회생의 성패를 가르는 회생계획 작성과 투자자 유치, 자산·부채 조정 구상 단계에서 속도가 떨어진 모습이다.

회생계획 제출 연기의 배경에는 기대에 못 미친 매각 진행 상황이 자리하고 있다. 삼부토건은 처음에는 조건부 인수자를 선(先) 선정한 뒤 공개입찰을 붙이는 이른바 스토킹호스 방식의 인수합병을 시도했으나 무산돼, 다시 일반 공개매각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러나 매각주관사 안진회계법인이 최근 실시한 본입찰에서도 인수제안서를 낸 원매자는 2곳에 불과했다. 지난달 예비입찰 당시 5개 후보가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던 점을 감안하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실사 과정에서 건설경기 악화와 재무 상태, 향후 우발채무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인수 매력이 제한적이라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일각에선 남은 두 곳의 자금 동원 능력이 기대에 못 미칠 경우, 매각이 다시 원점으로 회귀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삼부토건 자체의 재무 상황만 놓고 봐도 회생 여건은 녹록지 않다. 삼부토건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46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0% 이상 줄었고,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596억원에 달했다. 판매관리비가 625억원으로 매출을 넘어서는 구조가 고착화되면서 본업으로는 고정비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상태가 드러났다. 상반기 말 기준 결손금은 4108억원으로 1년 전보다 20% 넘게 불어나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있다.

법원이 참고한 조사보고서도 삼부토건 앞에 놓인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안진회계법인이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삼부토건의 청산가치는 762억원으로 평가된 반면, 계속기업가치는 마이너스 287억원으로 산정됐다. 현재 구조를 유지한 채 회사를 끌고 가는 것보다 청산할 때 채권단 회수율이 더 높다는 의미다. 결국 회생에 설득력을 부여하려면 채무 재조정과 비핵심 자산 매각, 신규 자본 수혈, 사업 구조 재편 등을 한꺼번에 엮어낸 고강도 패키지 플랜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번 기한 연장은 이런 복합 처방을 짤 시간을 더 확보한 셈이지만, 그만큼 회복까지의 경로가 평탄하지 않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대외 환경 역시 부담 요인이다.  삼부토건은 공사비 급등과 원가 정산 지연, 수주 부진이 겹치면서 현금흐름이 급격히 나빠졌다. 여기에 전·현직 경영진이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과 관련한 업무협약을 대대적으로 홍보해 주가를 끌어올린 뒤, 보유 지분을 매도해 300억원대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구속 기소된 상태다. 재판 결과에 따라 손해배상 소송이나 추징금 등 추가 부담이 발생할 수 있어 원매자 입장에서는 인수가에 이 같은 불확실성을 반영하지 않을 수 없다. 매각 가격 눈높이 조정이 필수 과제로 떠오르는 이유다.

물론 회생계획안 제출 기한이 늦춰졌다는 사실만으로 회생 실패를 단정하기는 이르다. 삼부토건처럼 복잡한 채권 구조와 다수의 공사 현장을 가진 건설사의 경우 이해관계자 조율과 사업별 손익·리스크 분석에 시간이 많이 걸릴 수밖에 없다. 또 단기 성과에 맞춘 무리한 회생계획보다 장기간 실행 가능한 재무·사업 계획을 마련하는 편이 채권단과 기존 주주 모두에게 유리할 수 있다. 다만 절차가 길어질수록 자산 가치 훼손, 신규 수주 경쟁력 약화, 핵심 인력 이탈 등 보이지 않는 비용이 누적되는 점은 부담으로 남는다.

업계 관계자는 "삼부토건이 실질적인 자본 투입 여력이 있는 인수자를 확보할 수 있는지, 건설경기와 공사비 구조가 어느 시점에 안정되면서 회사의 현금창출력이 회복될 여지, 주가조작 혐의 재판을 비롯한 법률 리스크의 정리 여부가 매각의 핵심이 될 것"이라며 "내년 1월까지 삼부토건이 어떤 수준의 매각 구도와 구조조정 청사진을 내놓느냐에 따라, 이번 연장이 회복을 위한 필요한 시간 벌기였는지, 아니면 더 길어질 불확실성의 서막이었는 지가 가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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