킴스편의점 염창점 전경. [출처=이랜드그룹]
킴스편의점 염창점 전경. [출처=이랜드그룹]

이랜드리테일이 내세운 새로운 유통 실험 ‘킴스편의점’이 결국 2년 5개월 만에 문을 닫는다. 편의점과 기업형슈퍼마켓(SSM)의 장점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모델로 주목받았지만, 산업 규제의 벽과 업계 반발을 넘지 못하고 철수를 결정한 것이다.

1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랜드리테일은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에 킴스편의점 가맹사업 등록을 공식 취소했다. 남은 3개 매장도 오는 2027년까지 계약 기간 만료에 따라 순차 영업을 종료할 예정이다.

이랜드리테일은 지난 2023년 6월 서울 봉천·도곡·신정·염창·신촌 등 5곳에 직영 매장을 오픈하며 시범 사업을 시작했다. 당시 회사는 킴스클럽의 유통 인프라와 애슐리의 반조리식품을 결합해 ‘생활밀착형 푸드 스토어’라는 새로운 유통 모델을 표방했다.

하지만 1호점이었던 봉천점과 도곡점이 이미 문을 닫았고, 나머지 매장도 철수 수순을 밟으며 사실상 사업이 종료됐다.

킴스편의점은 출범 당시부터 ‘유통의 새 모델’과 ‘규제 회피의 꼼수’라는 상반된 평가를 동시에 받았다.

신선식품 비중을 20~30%로 높이면서도 업종은 편의점으로 신고해 SSM이 받는 영업시간 제한과 입점 거리 규제를 피했다. 동시에 담배를 판매하지 않아 편의점 업계 자율규약인 ‘담배권 거리 제한’에서도 제외됐다.

하지만 이러한 ‘틈새 전략’은 곧 논란으로 번졌다. 편의점업계는 규제 회피를 위한 변칙적 모델이라며 강하게 반발했고, SSM업계 역시 공정경쟁이 불가능한 구조라고 비판했다.

결국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3월 킴스편의점에 판매 품목 조정과 편의시설 설치를 요구하는 행정지도를 내리면서 사업 확장에도 제동이 걸렸다.

정부는 당시 9월까지 유예기간을 부여했지만 이랜드리테일은 차별화된 콘셉트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사업 철수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통업계에서는 이번 철수를 예견된 결과이자 현행 규제 체계의 구조적 한계를 드러낸 사례로 해석한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킴스편의점은 유통의 변화를 실험한 모델이었지만, 오프라인 중심의 낡은 규제 틀 속에서는 신유통 모델이 자랄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르면 SSM은 전통시장 500m 이내 입점 제한, 심야영업 금지, 의무휴업일 준수 등의 규제를 받는다. 반면 편의점은 업계 자율규약 형태로 거리 제한만 적용된다. 킴스편의점은 이 중간지대를 활용했지만, 결국 제도적 충돌을 피하지 못했다.

또 다른 유통업계 관계자는 “편의점 산업조차 최근 매출 둔화와 출점 포화로 성장 한계에 직면해 있다”며 “규제를 피한 신모델을 만들어도 현실적으로 제도와 업계 관행이 발목을 잡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이커머스가 빠르게 시장을 장악하는 상황에서 오프라인 유통은 더 유연하고 다양한 모델로 진화할 필요가 있다”며 “이번 사례는 제도적 유연성이 결여된 유통 구조가 얼마나 혁신을 가로막는지 보여준 상징적인 사례”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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