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코아아울렛 강남점 야경. [출처=이랜드]
뉴코아아울렛 강남점 야경. [출처=이랜드]

고강도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이랜드리테일이 영업본부를 별도 법인으로 분리한 뒤 해당 회사를 청산하는 방식으로 노동자들을 내쫓으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현장에서는 “불법적 요소가 다분하다”는 지적과 함께 “사측이 손쉬운 해고를 위해 구조적 꼼수를 부렸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반면 이랜드리테일은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이동했으며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백화점과 아울렛을 운영하는 이랜드리테일은 몇 해 전 영업본부를 별도 회사로 분리하고 직원 20여 명을 해당 법인으로 이동시켰다.

당시 사측은 “고용 보장이 유지된다”며 사업 설명회까지 열었고, 임금·복지·근무 방식 모두 기존과 동일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로 급여도 사실상 이랜드리테일에서 지급되는 구조였다.

그러나 지난 3월 상황은 급변했다. “재계약은 없다”는 통보가 내려지며 영업만 담당하던 직원들은 일터를 잃게 됐다. 한 직원은 “10년 고용 보장을 약속받았는데 하루아침에 해고가 됐다”며 “회사 설명만 믿고 따라간 것이 원망스럽다”고 토로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안이 단순 도급 계약이 아닌 불법 파견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호휘 변호사는 “도급인이 수급인 직원들에게 수시로 업무를 지시하고 공유한 것은 도급 계약의 실질에 맞지 않는다”며 “사실상 위장도급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랜드리테일은 이번 사안과 관련해 “영업본부 분리는 당시 경영진 개인의 경영상 판단이었으며, 본사는 승인만 했을 뿐 직접 개입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노동자들이 주장하는 ‘10년 고용 보장’ 설명에 대해서는 “회사가 약속한 사실이 없으며, 있었다면 개인적 발언일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급여와 복지를 본사에서 제공했다는 증언에 대해서도 “허위”라고 반박하며 “업무 정보 공유는 있었을 수 있으나 지휘·감독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재계약 불가 통보에 대해서는 “조직 변경에 따른 경영상의 결정”이라고 설명하면서 추석 직전 마지막 근무일이 된 배경은 “본사가 아닌 링크앤플랫폼 측 사정”이라고 강조했다. 불법 파견·위장도급 지적에 대해서는 “링크앤플랫폼이 채용, 평가, 근태를 독자적으로 운영했으며 본사는 근로자성 인정에 해당하는 지휘·감독을 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끝으로 “해당 직원들은 이랜드리테일 소속이 아니므로 별도의 고용 대책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면서도 “향후 유사 사례 방지를 위해 구조조정 원칙을 정비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사측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의문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해당 법인과 도급 계약을 체결한 인물이 당시 이랜드리테일 대표였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책임 회피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회사를 하나 만들어 부담을 줄이고, 물량을 끊어 자연스럽게 청산되도록 한 것은 전형적인 해고 꼼수”라며 “노동자들의 생계를 벼랑 끝으로 몰았다”고 지적했다.

문제의 회사에서 일하던 직원들의 마지막 근무일은 추석 연휴 직전인 이달 말이다. 직원들은 “대기업을 믿고 이동했지만, 명절을 앞두고 길거리로 내쫓기게 됐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번 사안이 단순한 경영상 판단인지, 불법 파견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향후 고용노동 당국의 조사와 법적 판단에 따라 가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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