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지스타(G-STAR)는 정치인 방문 '맛집'이었다. 지난 14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여당 지도부들이 현장을 찾았고 국민의힘에서는 정연욱·김성원 의원이 방문했다. 다음날인 15일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현직 국무총리 최초로 현장을 방문했다.
국내 최대 게임 전시회인 지스타는 올해 개막 전부터 이재명 대통령의 참석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었다. 후보 시절부터 게임 산업 진흥을 공약한 이 대통령이 '친(親) 게임' 행보를 확대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10월 15일 이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 최초로 게임업계와 현장 간담회를 갖고 "게임은 중독 물질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 발언은 게임업계의 명운이 달린 '게임 질병코드 등재' 논란을 일단락시킬 것으로 전망돼 업계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지스타 현장에 오지 않았고 담당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의 최휘영 장관도 불참했다. 반면에 여야 정치인들과 국무총리가 현장을 방문해 '규제 해소'와 '정책 지원'을 이구동성으로 약속했다.
정청래 대표는 "아직도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실제로 있는 것이 사실이고 이것을 국회에서 많이 불식시키기 위해서 노력해야 되겠다"며 "국내 대작들이 나와서 전 세계에 K-게임, 대한민국 게임 산업의 이름을 더 빛낼 수 있도록 당 차원에서 힘써서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총리도 "얼마 전에 대통령께서도 '게임이 중독 물질이 아니다'라고 하셨다"며 "사실 그 말씀을 같이 나눴다"고 말했다. 이어 "게임이 산업으로서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서 규제도 풀고 정부가 할 일도 많겠다"고 밝혔다.
이들이 약속한 것이 공염불에 그치지 않고 꼭 실행되길 바란다. 정 대표가 말했듯이 자신이 발의한 게임산업진흥법이 지난 2006년 제정된 것처럼, 지금이 게임 산업 발전을 위해 규제 해소와 정책 지원이 필요한 때이다.
국내 게임 산업은 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가운데 생존을 위해 글로벌 시장에서 활로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해외에서 수익이 안 나면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장수 인기 게임 '배틀 그라운드'로 유명한 크래프톤은 매출의 약 93%가 해외에서 발생한다.
그런데 글로벌에서 수많은 해외 게임사들과 경쟁해야 하는 국내 게임사들에 족쇄가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임 콘텐츠 경쟁력·완성도·기술력·반짝이는 아이디어를 갖고 있지만, 정책 지원 등은 부족하기 때문이다. 북미와 유럽의 게임사들은 연구·개발(R&D)비 세액공제, 게임 제작비 세액공제 등 정부 지원을 받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그런 정책이 없다.
지스타를 방문한 정치인들은 부산 벡스코에서 여러 부스를 둘러보고 신작 게임도 플레이해 보면서 감탄을 쏟았다. 이제 그들이 말한 규제 해소와 정책 지원으로 게임업계를 감탄시켜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