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석유유통시장 개선 방안 정책토론회가 열린 모습. [출처=이남석 EBN 기자]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석유유통시장 개선 방안 정책토론회가 열린 모습. [출처=이남석 EBN 기자]

알뜰주유소 시대가 막을 올린지 14년이 지난 가운데 정책의 형평성과 부작용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알뜰주유소가 지역 및 소득 계층 간 혜택 불균형을 심화시키고 일반 주유소의 연쇄 퇴출을 유발해 시장 독과점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형건 강원대학교 경제통계학부 교수는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석유유통시장 개선 방안 정책토론회에서 '에너지전환시대, 알뜰주유소 정책의 재평가' 주제 발표를 통해 정책의 순기능보다 '부작용'이 더 크다고 짚었다.

알뜰 주유소 정책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1년 고유가 시대 국민들의 유류비 부담 경감과 석유 시장 경쟁 촉진을 목표로 도입됐다. 한국석유공사와 도로공사가 정유사로부터 석유제품을 공동구매 방식으로 입찰받아 싼값에 공급하는 구조다.

일반 주유소보다 리터(L)당 약 24~25원 저렴하게 공급한다. 현재 1279개까지 늘어나면서 전국 주유소의 12%를 차지, 정부 목표치(10%)를 넘어섰다.

알뜰주유소 비중이 지역별로 크게 벌어지면서 소비자 간 혜택의 간극이 커지고 있다. 김 교수가 공개한 지역별 알뜰 주유소(8월 기준) 비중을 살펴보면 전라남도 내 알뜰주유소 비중은 20.1%에 달한 반면 충청남도는 13.4% 수준에 그쳤다. 

대도시는 편차가 더 컸다. 대구 내 알뜰주유소 비중은 13.1%를 기록한 반면 서울은 전체 주유소 413개 가운데 알뜰주유소가 11개에 그치면서 비중이 2.7% 수준에 그쳤다.

김 교수는 "전반적으로 도심 지역이 알뜰주유소 비중이 낮았다"며 "특정 지역에 소비자들이 편익을 더 많이 보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유류 소비량이 많은 고소득 계층에게 더 많은 편익이 돌아가는 역진적 구조도 굳혀졌다. 

최저소득층의 알뜰주유소 분위별 평균 유류 지출 금액은 200만6500원으로 절약 금액은 3만500원에 그쳤다. 이에 반해 최상위 고소득층의 평균 유류 지출 금액은 530만3200원으로 절약 금액이 7만9300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외에도 알뜰주유소 정책에 연평균 3억5000만원의 예산이 투입되고 있지만, 소비자잉여는 3억2000만원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알뜰주유소는 저소득층이 될수록 부담이 강해지는 역진적인 모양을 보여주고 있다"며 "고소득층일수록 정책의 혜택을 더 많이 받는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중가격 제도를 등에 업은 알뜰주유소 정책이 사업자 간 형평성 문제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일반 주유소보다 싸게 유류를 공급받으면서 절대적 경쟁우위를 야기하고 있다.

주유소 추가 이윤을 리터당 25원으로 가정할 경우 알뜰주유소 개소당 연평균 1억2000만원의 추가 이윤이 발생하는 데, 이 경우 생산자잉여가 알뜰주유소로 상당 부분 전달되고 있다. 

김 교수는 "알뜰주유소가 없다고 하더라도 한국은 OECI 국가 평균보다 낮은 석유제품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며 "생산자 잉여의 1900억원이 소비자 잉여로 이전되다 보니 국가 전체의 이윤 변화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머지 이제 2100억원은 알뜰주유소의 운용 비용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김 교수는 알뜰주유소 정책의 허점을 해결한 대책으로 △가격할인 의무 폐지 △섹터별 인센티브 중단 △알뜰주유소의 민간 이양 △유류세 탄력 운용 강화 △전자상거래(도매경쟁) 활성화 등을 제안했다.

서울 내 주유소 전경. [출처=EBN]
서울 내 주유소 전경. [출처=EBN]

■ 주유소 감소 유발…소비자 이동탐색 비용 증가

장연재 숭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저비용 주유소 진입과 경쟁 구조의 재편 : 알뜰주유소 정책의 장기적 함의'를 주제로 발표하며 정책 장기화 시 '비대칭적 비용 경쟁' 구조로 인한 고비용 주유소의 연쇄 퇴출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단기적인 가격 인하 효과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는 경쟁 주유소의 퇴출로 소비자 선택 집합 감소 및 이동 탐색 비용 증가와 같은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생존 분석을 활용해 경쟁 주유소 폐업 확률 변화를 분석한 결과 알뜰 주유소가 반경 2km 안에 진입했을 경우 인근 경쟁 주유소의 퇴출 위험률이 약 2.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알뜰주유소에 밀려난 경쟁 주유소이 퇴출되면서 생존한 곳들을 중심으로 '독과점→가격 상승'의 악순환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시장 내 경쟁 수준이 낮아지면서 생존주유소들의 시장 지배력이 올라가고 이로 인해 가격은 재차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장 교수는 "알뜰 주유소가 특정 지위적 시장에 진입을 하고 나서 4-5년 정도가 지나면 경쟁하고 있는 주유소들의 숫자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가격 인하 효과도 알뜰주유소가 진입하고 나서 약 5-6년 정도가 지나고 나면 단기적으로 인하됐던 가격 인하 효과가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장 교수는 시장 안정을 위해 알뜰주유소 역할을 지금보다 제한적으로 재정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를 위해 △한계주유소의 산업전환형 지원 △공급가격의 탄력적 조정을 통한 시장친화적 제도 변화 등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구체적으로는 분산전원형 전환과 모빌리티 허브화, 물류 및 교통 데이터 검점화, 산업전환형 인증제 도입 등을 제안했다. 

또 시장연동형 가격체계와 정기조정제를 도입하고 정보공개를 통한 투명성 확보 및 신뢰 제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알뜰주유소 정책으로 인해 인근 주유소 생종률의 감소를 확인했고 이런 부분은 장기적 시장 구조와 경쟁 환경에 변화를 줄 것"이라며 "주유소 수가 감소하는것 자체도 소비자 후생에는 마이너스 효과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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