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명품 거래 플랫폼 발란의 향후 존속 여부를 가를 분수령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출처=오픈AI]
국내 명품 거래 플랫폼 발란의 향후 존속 여부를 가를 분수령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출처=오픈AI]

국내 대표 명품 거래 플랫폼 발란의 향후 존속 여부를 가를 분수령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오는 20일 서울회생법원에서 열리는 관계인집회를 통해 회생계획안에 대한 채권단의 찬반이 결정된다.

채권단이 동의할 경우 회생절차가 본격화되지만 반대가 우세할 경우 법원이 직권으로 강제 인가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낮은 인수가와 변제율로 인해 채권자 동의를 얻기 어렵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1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발란은 지난 3월 법정관리를 신청한 이후 같은 해 8월 투자사 아시아 어드바이저스 코리아(AAK)와 ‘스토킹호스’ 방식의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AAK는 이번 회생계획안에 따라 22억원을 투자해 발란을 인수할 예정이며 이 금액이 주요 변제재원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발란이 제시한 회생계획안의 핵심은 회생채권 1억원당 약 590만원을 상환하는 5.94% 수준의 변제율이다.

그러나 회생절차 개시 이전부터 입점 판매자와 투자사 등 총 1320명에 달하는 채권자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이 같은 낮은 변제율은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일단 회생계획안이 인가되기 위해서는 회생채권자의 3분의 2 이상, 회생담보권자의 4분의 3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현재 최대 채권자인 실리콘투는 약 75억원의 채권을 보유하며 전체 의결권의 25%를 차지하고 있으나 동의 여부는 아직 밝히지 않은 상태다.

태성회계법인이 작성한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발란의 청산가치는 20억8199만원, 계속기업가치는 마이너스(–) 5억6198만원으로 평가됐다. 인수가가 청산가치를 약간 상회한다는 점은 일부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으나, 채권단 입장에서는 기대 수준보다 훨씬 낮은 변제율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실제로 상거래 채권만 해도 211억원에 달하지만 인수안에 따라 변제될 금액은 12억원대로 줄어든다.

무엇보다 최근의 유통업계 사례들이 회생 기업에 대한 회의론을 키우고 있다. 티몬은 지난해 변제율 0.76%의 회생계획안을 제출했지만 채권자 찬성률이 43.48%에 그쳐 부결됐다.

법원이 직권으로 강제 인가를 내리면서 회생 절차는 이어졌지만 오아시스마켓에 인수된 뒤에도 PG사(결제대행사)와의 조율 실패로 영업을 재개하지 못하고 있다. 위메프의 경우 회생계획안 부결 후 파산 선고까지 받으며 채권자들은 사실상 단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

특히 전자상거래 플랫폼 특성상 입점업체와 개인 판매자 등 다수의 소액 채권자가 포함돼 있어 이들의 신뢰 회복이 회생의 핵심 과제가 되고 있다. 일부 채권자들은 “낮은 변제율로는 회생을 믿기 어렵다”며 조속한 현금 회수를 선호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는 회생계획안이 제출되더라도 반대표가 적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과거 티몬 사례에서처럼 회생계획안이 부결되더라도 법원이 강제 인가를 내릴 가능성은 충분하다”면서도 “이후에도 실제 영업이 재개되고 고객 신뢰가 회복돼야만 진정한 회생이 완성된다”고 평가했다. 발란 역시 현재까지 PG사와의 결제 인프라 재구축이나 인수 후 운영 계획 등을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아 법원의 판단 역시 회생계획안의 실현 가능성을 면밀히 따질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 동의를 이끌어내지 못할 경우 법원이 회생계획안을 인가하지 않거나, 위메프처럼 회생절차 자체가 폐지될 가능성도 있다는 업계의 경고도 무시하기 어렵다. 일부 전문가들은 “회생계획안의 실효성뿐 아니라, 인수 의지와 자금력, PG사와의 조율, 소비자 신뢰 회복 계획 등이 복합적으로 작동해야 회생이 가능하다”며 “발란이 하루 남은 시간 내에 돌파구를 마련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발란은 본점 소재지를 강남 공유오피스에서 종로구 동숭동으로 옮기는 등 비용 절감에 나섰으며 “경영 정상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실질적인 회생 여부는 결국 채권자들과 법원의 판단에 달려 있다. 회생계획안의 통과 여부는 물론 이후 영업 재개와 신뢰 회복 가능성까지 20일 회의 결과가 발란의 생존을 결정지을 중대한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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