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는 자사 매각을 두고 ‘전세 낀 아파트’에 비유하면서 인수자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원매자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출처=연합]
홈플러스는 자사 매각을 두고 ‘전세 낀 아파트’에 비유하면서 인수자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원매자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출처=연합]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와 위메프, 발란이 ‘새주인 찾기’에 나서고 있다. 사실상 청산과 생존의 갈림길에서 인수합병(M&A)을 통해 경영 정상화를 도모한다는 계획이지만 실질적인 인수 의지를 가진 후보자는 보이지 않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자사 매각을 두고 ‘전세 낀 아파트’에 비유하면서 인수자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삼일회계법인이 제출한 보고서를 보면 홈플러스의 총자산은 6조8500억원, 부채는 약 2조9000억원이다.

청산가치는 3조7000억원으로 계속기업가치(2조5000억원)를 1조2000억원가량 웃돈다. 홈플러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2조5000억원에 달하는 보통주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지 않기로 한 가운데 홈플러스가 주목하는 건 부동산 자산이다.

홈플러스의 부동산 자산은 약 4조8000억원으로 해당 자산을 담보로 2조원 내외 자금을 차입하면 인수에 투입되는 실 자금은 1조원 이하라는 얘기다. 홈플러스가 매물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시장 반응은 차갑다.

실제 인수자들이 인수를 주저하는 이유로는 과도한 부채가 꼽힌다. MBK파트너스가 보통주 2조5000억원가량을 무상 소각해도 여전히 3조원의 부채가 남는다. 홈플러스 부채비율은 1400%에 달해 인수 이후에도 상당한 금융 부담이 따르는 구조다.

유통 구조 변화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소비 양상이 온라인 중심으로 전개되면서 오프라인 대형마트의 매력도는 떨어진 상황이다. 게다가 홈플러스는 대부분의 점포가 임차 점포로 매출이 줄더라도 임대료는 고정비로 지출된다. 인수자가 홈플러스를 품더라도 조속한 경영 정상화를 이루지 않으면 판매관리비 부담은 지속되는 셈이다. 아울러 유통산업발전법 규제로 인해 핵심 상권 진출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티몬과 함께 대금 미정산 사태를 겪은 위메프의 경우 지난 4월 제너시스BBQ가 인수의향서를 제출했지만 이후 별다른 진전은 없는 상태다. 지난달 회생계획안이 강제 인가되면서 티몬은 오아시스에 인수됐지만, 회생채권자의 반발은 거세다. 1조2000억원에 달하는 채권 중 실제 변제율은 0.75%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명품 플랫폼 발란도 새주인을 찾고 있다. 태성회계법인에 따르면 발란의 청산가치는 20억8199만원, 계속기업가치는 –5억6198억원으로 조사됐다. 또 부채가 자산보다 약 300억원 더 많은 완전 자본 잠식 상태다. 발란은 최근 2~3곳 업체와 매각을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유통가 M&A 시장에서 가장 ‘알짜 매물’로 꼽히는 건 애경산업이다. 생활용품과 화장품 사업을 영위하는 자체 보유한 연구개발(R&D) 시설과 자체 제조 공장, 국내외 유통 채널을 갖추고 있다.

매각 주관사인 삼정KPMG가 진행한 예비입찰에는 티투PE, 앵커PE, 폴캐피탈 등 복수의 후보군이 참여했다. 문제는 가격이다. 애경이 희망하는 매각가는 약 6000억원이다. 시가총액이 4000억 원대에 머물고 있어 인수자와 매각가 간극이 크다.

이처럼 유통가 매물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뚜렷한 원매자가 나타나지 않는 이유로는 기업 인수가 단순 지분을 사는 문제로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인수 후 브랜드 이미지 회복과 조직 정비, 유통망 재구축 등 추가적인 리스크와 투자가 뒤따른다. 결국 시너지 창출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굳이 거액을 투입해 회사를 인수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안승호 숭실대 경영학부 교수는 “시너지를 창출할 만한 피인수 기업의 장점이 보이지 않는다”라면서 “소매업 유통 환경이 녹록지 않은 점도 인수를 주저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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