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그룹이 애경산업 인수를 위한 본격적인 실사에 착수하며 생활소비재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출처=연합]
태광그룹이 애경산업 인수를 위한 본격적인 실사에 착수하며 생활소비재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출처=연합]

태광그룹이 애경산업 인수를 위한 본격적인 실사에 착수하며 생활소비재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이번 실사는 본입찰을 앞두고 이뤄진 가장 선제적인 행보로, 태광이 전략적 투자자로서 시장 내 입지를 강화하려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28일 투자은행(IB) 업계와 유통업계에 따르면 태광은 최근 애경산업의 핵심 생산시설인 충남 청양공장을 방문해 설비와 인력 구성, 생산능력 등을 면밀히 점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본입찰을 앞두고 인수 적격성을 본격적으로 타진하는 단계로, 예비 후보군 가운데 가장 선제적인 움직임으로 평가된다.

앞서 태광그룹은 "화장품, 에너지, 부동산개발 관련 기업 인수 및 설립에 약 1조5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공시하며 사업 다각화 및 성장동력 확보에 대한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석유화학·섬유 중심의 기존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벗어나 생활소비재 영역으로 외연을 확장하려는 전략이 이번 행보에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애경산업이 보유한 브랜드 포트폴리오와 기존 계열사 간의 시너지 가능성도 이 같은 전략적 투자 배경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애경산업은 ‘2080’, ‘트리오’, ‘케라시스’ 등 생활용품과 화장품을 양축으로 하는 중견 소비재 기업이다. 전체 매출 중 60% 이상이 생활용품 부문에서 발생하며,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갖추고 있다. 현재 실사가 이뤄진 청양공장은 전체 생산량의 절반가량을 담당하는 핵심 자산이기도 하다.

다만 화장품 부문은 매출의 70%가 중국 시장에 편중돼 있어, 경기 변동에 따른 실적 변동성이 크다는 점이 리스크로 꼽힌다. ‘루나’와 ‘에이지투웨니스’ 등 주력 브랜드 역시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은 LG생활건강이나 아모레퍼시픽 등 대형 브랜드에 비해 낮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인수전에는 태광그룹과 사모펀드 티투프라이빗에쿼티(티투PE) 컨소시엄 외에도 앵커에쿼티파트너스(앵커PE), 폴캐피탈코리아 등 총 세 곳이 참여 중이다.

앵커PE는 자사 브랜드 ‘더마펌’의 글로벌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전략적 차원에서, 폴캐피탈코리아는 장기 보유형 투자자로서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태광이 전략적 투자자(SI)로서 장기적인 사업 연계성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낙점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특히 이번 인수에는 태광그룹 산하의 사모펀드 운용사 티투프라이빗에쿼티(티투PE)가 포함되어 있으며, 해당 운용사는 이호진 전 회장의 자녀들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태광의 승계 구도와의 연계 가능성도 제기된다. 티투PE의 주요 주주는 태광산업과 티시스로, 각각 41%의 지분을 갖고 있으며, 이현준 씨는 티시스의 지분 11.3%를 보유 중이다.

걸림돌도 있다. 태광산업은 애경산업 인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달 약 3186억원 규모의 교환사채(EB)를 발행한다고 밝혔으나, 2대 주주인 트러스톤자산운용이 상법 위반을 주장하며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해 자금 조달 구조에 불확실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일단 태광 측은 이에 대해 “해당 EB 발행은 신사업을 위한 운영자금 마련일 뿐, 지배구조 개편과는 무관하다”고 해명한 상태다.

한편, 애경그룹은 유동성 위기 극복을 위한 사업 구조 재편의 일환으로 애경산업을 매각 대상으로 내놓은 상태다. 지분 63.38%에 대해 약 6000억원의 매각가를 제시했으며, 이는 시가총액 대비 두 배 이상으로, 시장에서는 가격 수준에 대해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애경산업 매각은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다. 매각 주관사 삼정KPMG와 애경그룹은 후보자들의 실사 결과 및 채권단 의견을 종합해 본입찰을 진행할 계획이며, 우선협상대상자는 이르면 9월 중 발표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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