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경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애경산업이 인수전의 본격적인 막을 올리면서, 기업 가치에 대한 시각차가 시장의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출처=연합]
애경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애경산업이 인수전의 본격적인 막을 올리면서, 기업 가치에 대한 시각차가 시장의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출처=연합]

애경그룹 핵심 계열사 애경산업의 인수전이 본격적으로 막을 올리면서, 기업가치(밸류에이션)가 시장의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략적 투자자(SI)와 재무적 투자자(FI) 간의 접근 방식 차이, 브랜드 경쟁력과 사업 체질에 대한 평가 기준이 밸류에이션 온도차를 낳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시가총액 기준 약 4300억원 수준의 기업에 대해 그룹은 6000억원대 매각가를 희망하고 있으며, 투자자들과의 가격 간극이 매각 성사 여부를 가를 결정적 요인 중 하나로 부상했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애경산업의 현재 시가총액은 4342억원 수준으로 집계됐으며, 이를 기준으로 시장에서는 매각대상 지분가치에 대해 적게는 2500억원에서 최대 4000억원이 적절하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이번 인수전 매도자인 애경그룹은 유동성 확보와 사업 구조 재편을 목적으로 내놓은 애경산업 지분 63.38% 매각에 대해 약 6000억원의 몸값을 희망하고 있어 양측 간의 눈높이 차이가 크게 벌어진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괴리를 두고 논란이 분분하다. 일단 IB 업계 내 애경그룹이 기대하는 매각가가 과도하다고 여기는 목소리들은 “동종 업계 신흥 강자들과 비교해 브랜드 경쟁력, 글로벌 포트폴리오, 디지털 전환 역량 모두 열위에 있는 상황에서 프리미엄을 반영하기 어렵다”는 점을 근거로 들고 있다.

애경산업은 ‘2080’, ‘케라시스’, ‘AGE 20’s’ 등 생활용품과 화장품을 중심으로 한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이 중 화장품 부문은 매출의 70%가 중국 시장에 집중돼 있어 지역 리스크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늘 따라다녔다. 주요 경쟁사인 LG생활건강이나 아모레퍼시픽이 북미·동남아 등으로 외연을 확장하는 데 성공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또 최근 MZ세대를 공략한 SNS 기반 K뷰티 브랜드들이 빠르게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가운데, 애경산업은 여전히 전통적인 유통구조에 머물러 있어 트렌드 대응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도 나왔다. 디지털 유통채널 확장이나 팬덤 중심 브랜드 전략에서도 경쟁사 대비 열위에 있다는 점이 보수적 가치 평가의 근거로 작용하고 있다. 이 같은 구조적 한계가 실적에도 반영된 듯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4% 감소한 468억원에 그쳤다.

반면 일각에서는 애경산업의 저평가 상황을 아쉬워하는 목소리도 크다. 애경산업은 R&D부터 생산, 유통까지 밸류체인을 갖춘 구조로, 50년 이상 쌓아온 운영 경험이 외부 환경 변화에 대한 회복탄력성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강점으로 꼽는다. 또한 생활용품과 화장품을 아우르는 다각화된 브랜드 포트폴리오 역시 경기 사이클에 덜 민감한 안정성을 제공한다.

실제 시장에서의 유사 사례를 보면, 최근 설립된 비상장 화장품 브랜드(고운세상코스메틱·서린컴퍼니 등)들도 최소 4000억~6000억원대에서 지분 거래가 이뤄진 바 있다. 2018년 로레알이 인수한 3CE 역시 단일 브랜드 기반임에도 6000억원에 매각된 사례로 거론된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애경그룹이 제시한 매각가가 일방적으로 고평가된 것은 아니라는 반론도 힘을 얻는다.

전략적 투자자(SI)와 재무적 투자자(FI) 간의 접근 방식 차이도 밸류에이션 간극의 원인 중 하나다. 이번 인수전에는 태광그룹 컨소시엄(태광산업·티투프라이빗에쿼티), 앵커에쿼티파트너스(앵커PE), 폴캐피탈코리아 등 세 곳이 숏리스트로 선정돼 실사를 진행 중이다. 이 중 전략적 투자자는 태광그룹이 유일하며 나머지는 재무적 투자자다.

이 가운데 태광은 화장품 및 소비재 시장 진출을 공식화한 뒤 핵심 생산시설까지 실사하는 등 가장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전략적 투자자로서 애경산업의 생활소비재 포트폴리오가 자사의 신규 사업 방향과 높은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태광은 충남 청양공장을 직접 실사하며 설비 및 생산 능력을 면밀히 검토했다. 이에 따라 시너지 창출이 가능한 SI 중심의 인수로 무게가 실릴 경우 애경산업이 제시한 밸류에이션에도 힘이 실릴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반면 FI들은 단기 수익성과 구조적 효율성에 보다 집중하고 있어 기업 가치에 대한 평가 기준이 다를 수밖에 없다.

애경산업 매각은 현재 실사 진행 단계에 있으며 본입찰은 8월 말,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은 9월 중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주관사 삼정KPMG는 후보들의 실사 결과 및 채권단 의견을 종합해 최종 협상 테이블을 차릴 예정이다.

시장 관계자는 “애경산업은 스타 브랜드의 고성장 서사는 부족할 수 있으나, 위기 상황에서도 버틸 수 있는 포트폴리오 안정성과 제조·유통 전반의 내재 역량이 강점”이라며 “지금의 시장 평가가 그 가치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M&A가 저가 매수 기회로 해석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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