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그룹 사옥(호반파크) 전경[출처= 호반그룹]
호반그룹 사옥(호반파크) 전경[출처= 호반그룹]

대법원이 호반건설의 공공택지 전매와 입찰보증금 무이자 대여에 대해 공정위 제재를 모두 취소하면서 그간 호반건설을 옥죄던 '2세 승계용 부당 내부거래' 논리가 사실상 힘을 잃게 됐다. 재판부는 공정위가 제시한 핵심 근거였던 '사전적 경제상 이익 제공'과 '시장 경쟁 저해'라는 두 축 모두에서 "행위 시점과 시장 환경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추정"이라고 보며, 전매와 입찰보증이 오히려 당시 산업과 정책 흐름 속에서는 충분히 합리적인 운영 방식이었다는 점을 강하게 시사했다.

# 공공택지 전매 : "정책·시장·관행 모두 감안해야..사후 이익으로 부당성 구성 못 해"

호반건설을 둘러싼 전매 논란의 본질은 총수 2세 회사들에 수익성 높은 사업 기회를 넘겨줬다는 공정위의 해석이었다. 공정위는 공공택지가 향후 아파트 건설·분양을 통해 상당한 이익을 남길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호반건설이 의도적으로 사업 기회를 계열사로 옮겼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러한 공정위의 '사전 수익 예견' 논리에 정면으로 제동을 걸었다. 재판부는 "전매가 이뤄진 당시의 시장 상황과 정책 여건을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며, "공정위가 사후에 발생한 성과를 근거로 과거 행위를 재단한 것은 무리"라는 취지의 판단을 내렸다.

당시 주택시장에는 미분양 위험이 상당했고 정부는 공공택지 공급을 확대하며 건설사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었다. 실제로 공공택지의 전매는 건설업계 전반에서 사업 위험을 분산하기 위한 통상적인 방안으로 활용됐고, 해당 시기 LH가 분양한 택지의 상당 비율이 전매로 이어졌다는 점도 확인됐다.

이런 상황에서 호반건설의 전매 역시 이익 몰아주기라기보다, 정책 흐름에 따른 사업 구조 조정의 일환에 가깝다는 것이 대법원의 해석이다. 재판부는 "거래 규모만으로 부당지원 여부를 단정할 수 없고, 경제상 이익 제공이 있었다고 보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하는 구체적 사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결국 공정위가 제기한 '전매=사익편취' 명제는 재판부 판단에 따라 설득력을 잃었고, 전매 행위는 정상적인 리스크 조절·사업 포트폴리오 운영 과정에서 충분히 나올 수 있는 거래로 평가됐다.

#입찰보증금 무이자 대여 : "지원 효과 미미, 시장 경쟁 영향 없음"...재판부 전면 부정

입찰보증금 무이자 대여에 대한 제재 역시 대법원에서 완전히 무너졌다. 공정위는 계열사들이 입찰보증금을 쉽게 조달할 수 있도록 호반건설이 자금을 무이자로 지원했고, 이는 공공택지 입찰 시장의 공정성을 훼손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실제 대여 규모와 기간, 계열사들의 재무상황 등을 하나씩 짚어보며, 공정위의 지원효과 주장은 현실과 크게 괴리돼 있다고 판단했다. 계열사마다 지원받은 금액은 비교적 소액이었고, 대여 기간 역시 극히 짧은 단기였으며, 지원 대상이 된 계열사들 역시 자체적으로 이자를 부담할 재무적 여력을 갖추고 있었다는 점이 강조됐다.

재판부는 "지원 효과가 크지 않은 단기적 자금 이동을 두고 경쟁저해로 해석하기는 어렵다"며 "입찰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하기 위한 행정적 편의 조치에 가깝다"는 호반건 측 진술에도 신빙성을 인정했다.

시장 경쟁을 실질적으로 왜곡했다고 보기 위해서는 뚜렷한 경제상 이익 제공이나 구조적 우위가 입증돼야 하나, 이번 사건에서는 그러한 정황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는 공정위가 내부거래를 지나치게 넓고 추상적으로 판단했다는 비판으로 직결된다.

# 대법원 판단의 핵심: 기업행위 평가는 '행위 시점·시장 맥락·경제적 실질' 기준으로

이번 판결은 공정위의 부당지원 판단 방식에 대해 대법원이 명확한 기준을 다시 제시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전매와 입찰보증을 단순한 계열 간 거래로 나열해 놓고, 사후 성과나 예측 불가능한 이익을 근거로 부당성을 구성하는 방식은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다.

재판부는 △시장과 정책 환경 △거래 규모와 실질 △경쟁 영향 △행위의 목적과 필요성 등 종합적 시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공정위가 사후적 이익과 계열사 간 거래 구조만으로 '편법 승계' 프레임을 만들어 온 기존 방식에 대한 제도적 비판으로도 읽힌다.

이번 판단으로 호반건설이 오랜 기간 휘둘렸던 부당지원 의혹의 핵심 두 축 '전매와 입찰보증'은 법적으로 정리됐고, 공정위 역시 기업 내부거래 판단의 기준을 재정비해야 할 필요성에 직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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