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EBN 각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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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호반건설의 공공택지 전매와 입찰보증금 제재는 취소하면서도 PF 대출 지급보증과 공사 이관에 대한 공정위 처분을 그대로 인정한 것을 두고, 건설업계에서는 "현실 사업 구조와 그동안의 판례 흐름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문제의식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내부거래 규제의 연장선에 있는 판단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시공·시행 구조가 맞물린 대규모 개발사업의 특성과 대법원 스스로 쌓아온 '사익편취' 관련 법리와 미묘한 간극이 드러났다는 평가다.

PF 지급보증은 대부분의 대형 주택·택지 개발에서 사실상 전제처럼 깔려 있는 구조다. 시행사는 토지를 매입하고 인허가를 진행하는 주체지만, 금융기관 입장에선 브랜드와 재무여력이 뚜렷한 시공사의 뒷받침 없이는 대규모 자금을 집행하기 어렵다.

자연스럽게 시공사가 시행사에 대한 지급보증 또는 책임준공 약정을 제공하고, 이를 담보 삼아 PF가 성립하는 방식이 관행으로 굳어졌다. 

호반건설도 이번 사업들에서 이와 다르지 않은 구조를 택했다는 입장이다. 그룹 내 시행·시공사가 역할을 나눠 맡는 과정에서, 시공사가 금융권과의 접점을 담당하고 시행사의 자금조달을 떠받치는 것은 업계 전반의 '표준 설계'에 가깝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번 판결은 이런 구조 자체를 '특정 계열사에 대한 부당지원'으로 볼 여지를 열어둔 셈이어서, 건설사들로서는 관행 전체가 한순간에 법적 리스크로 전환되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공사 이관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도 업계 시각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일반적으로 대형 건설사 그룹 내부에서 공사를 이관하는 사례는 사업성 변동, 리스크 재조정, 자금·인력 배분 등 복합적인 요인이 겹쳐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이 과정에서 이익이 남지 않거나 오히려 손실이 커지는 프로젝트도 적지 않다. 실제로 대법원은 과거 판례에서 "이관된 공사에서 실질적인 이익이 발생하지 않으면 사익편취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의 판단을 여러 차례 내놓은 바 있다. 

단순한 실행 주체 변경만으로 '총수 일가 지원'을 인정할 수 없고, 실질적인 경제상 이익 귀속 여부가 핵심이라는 게 그간 법원의 기본 입장이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사건에서 공사 이관을 부당지원으로 본 것은 업계와 법조계 일각에서 "기존 판례의 기준선보다 한 걸음 더 나간 판단"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호반건설은 일단 최종심 판단을 받아들이겠다는 공식 입장을 밝히면서도, "시공사가 시행사에 대한 지급보증을 서는 구조는 건설업 전반에 걸친 관행"이라는 점과 "공사 이관에 따른 실질 이익이 없으면 사익편취가 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가 이미 존재한다"는 점을 분명히 짚고 있다.

이번 판결이 곧바로 모든 PF 보증과 내부 공사 조정을 불법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규제 리스크의 범위가 관행과 판례의 중간 어디쯤으로 이동했다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회사 측은 대규모 건설사업의 구조적 특성을 감안할 때, 시공·시행 분리와 지급보증, 공사 물량 조정은 현실적으로 피하기 어려운 측면이 분명하다고 보고 있다. 이에 판결을 수용하는 한편, 업계 차원의 논의를 거쳐 당국에 제도 정비를 건의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PF 보증을 어느 수준까지 '정상적 위험 분담'으로 보고, 어디서부터 '특수관계인 지원'으로 선을 그을 것인지, 공사 이관의 실질 이익 판단 기준을 어떻게 명확히 할 것인지 등에 대해 업계와 규제당국 사이에 보다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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