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에 본격적인 세대교체 바람이 불고 있다. 주요 기업들이 구조조정·사업 재편·M&A(인수합병) 과정에 놓인 가운데 그 중심에는 총수 3·4세로 불리는 ‘상속자들’이 서 있다. 이들의 한마디, 한 번의 투자나 철수 결정은 수만 명의 일자리와 골목상권, 상장사 주주가치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유통가 상속자들] 기획은 유통·식품 기업들의 차세대 경영자를 둘러싼 지분 구조, 직책, 실제 역할과 성과, 향후 승계 시나리오를 면밀히 추적한다. 단순히 ‘누가 후계자인가’를 넘어 한국 유통 산업의 다음 10년을 어떤 전략과 리더십 철학으로 이끌어갈 인물인지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이선호 CJ 미래기획실장. [출처=EBN]](https://cdn.ebn.co.kr/news/photo/202511/1687622_706093_406.jpg)
CJ그룹에서 세대교체 흐름이 뚜렷해지는 가운데 3세 경영인 이선호 CJ 미래기획실장(35)이 그룹 중장기 전략을 총괄하는 핵심 인물로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유통업계는 그가 신중한 행보를 유지해 왔음에도 실무 기반과 글로벌 감각을 토대로 그룹 미래 포트폴리오를 직접 설계하는 전략가로 존재감을 넓히고 있다고 보고 있다.
◆ 실무 기반에서 전략가로…조용하지만 빠른 성장 곡선
2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선호 실장은 1990년생으로 미국 컬럼비아대(Columbia University)에서 금융경제학을 전공한 뒤 지난 2013년 CJ 신입공채로 입사했다.
그는 입사 초기 CJ제일제당 냉동BM(사업모델)팀, BIO(바이오)사업관리팀, 소재사업관리팀 등 기초 사업조직에서 현장 기반의 실무 경험을 쌓았다. 2017년에는 CJ주식회사 경영전략3담당으로 이동하며 그룹 전략업무에 처음 참여했다.
이어 2018년부터 2020년까지 CJ제일제당 BIO사업관리팀장과 식품전략기획담당을 맡아 식품과 바이오를 동시에 다루는 복합 사업 경험을 축적했다.
2021년 이후 그는 글로벌 전략과 식품사업 기획을 담당했고, 2022년에는 식품전략기획1담당을 맡아 식품사업의 전반적 추진체계를 구축했다. 2023년에는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으로 선임돼 글로벌 식품사업 중기전략 수립, 글로벌 전략제품 운영, 신영토 확장 로드맵, 시장 진입 및 성장 전략을 주도하며 식품부문의 중장기 성장 방향을 직접 설계했다.
이 시기 그는 다수의 구체적 성과를 남겼다. 대표적으로는 슈완스 인수 후 PMI(통합 작업) 안정화, 슈완스·CJ푸드아메리카 통합을 통한 북미 식품사업 전략본부 구축, 사내벤처·CVC(기업형 벤처캐피털) 기반의 식품 특화 투자조직 ‘프론티어랩스’ 운영, 한식 영셰프 육성 프로젝트 ‘퀴진K’ 기획 등이 꼽힌다. 식품사업의 성장동력 확보와 글로벌 확장을 동시에 겨냥한 이선호 실장의 전략적 역할이 본격적으로 드러난 시기라는 평가다.
◆ 미래기획실장으로 ‘그룹 전체’ 전략 총괄…역할 확장
올해 9월 그는 그룹 컨트롤타워인 CJ 미래기획실장으로 이동하며 역할 범위를 ‘CJ 전체’로 확장했다. 미래기획실은 그룹 차원의 미래성장동력 발굴, 신사업 대형화, 전략적 인수합병(M&A), 디지털 전환, AI·빅데이터 기반의 신사업모델 구축 등 CJ의 중장기 성장을 총괄하는 조직이다.
유통업계는 이 실장이 식품·BIO·콘텐츠·물류 등 주요 사업부문을 아우르는 그룹 전체의 청사진을 실질적으로 설계하게 됐다고 분석한다.
이 실장의 경영 범위는 외부 노출과 달리 매우 넓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CJ제일제당에서 식품과 BIO를 모두 경험한 사례는 3세 경영인 가운데서도 드물고, 글로벌 현장을 중심으로 구축한 전략 감각은 미래 사업 확장의 핵심 자산으로 꼽힌다.
또 그는 CJ 지분 3.2%, CJ올리브영 지분 11.1%를 보유하며 경영 기반도 서서히 다지고 있다.
◆ “CJ의 다음 10년, 이선호가 어떤 전략을 선택하느냐에 달렸다”
반면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지배력 확보는 승계구도에서 핵심 변수로 작용할 수 있고, 식품·콘텐츠·물류 등 주요 사업이 외부 환경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큰 만큼 전략성과와 실질적 성과 입증이 중요해진 상황이다.
미래기획실장 자리 또한 단순한 기획·보고 기능을 넘어 실적과 신사업 성과를 직접 만들어내야 하는 자리이기에 부담도 크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향후 이 실장의 사장 승진 여부가 CJ 승계 시나리오의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그의 역할이 그룹 미래의 중심축으로 이동한 만큼, 향후 CJ의 10년은 이 실장이 어떤 전략을 선택하고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