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진수 SPC그룹 부회장(왼쪽부터), 이선호 CJ 미래기획실장, 신상열 농심 미래사업실장 [출처=각 사]](https://cdn.ebn.co.kr/news/photo/202511/1686201_704243_2941.png)
국내 주요 식품 대기업들이 오너 3·4세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세대교체에 속도를 내고 있다. 내수 경기 침체와 원가 부담, 산업 구조 전환 등 복합 위기 속에서 ‘글로벌 확장’과 ‘미래 먹거리 확보’가 생존 전략으로 떠오르자 젊은 오너 경영인들이 핵심 보직에 속속 배치되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SPC그룹은 최근 인사에서 허영인 회장의 장남 허진수 부회장과 차남 허희수 사장을 각각 승진시키면서 형제 투톱 체제를 공식화했다. 이번 인사는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파리크라상이 지난달 ‘지주 사업’을 사업 목적에 추가한 직후 단행돼 지배구조 개편과 승계 구도 정비의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허진수 부회장은 파리바게뜨 해외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특히 ‘SPC 변화와 혁신 추진단’ 의장을 겸임하면서 중장기 글로벌 전략과 브랜드 혁신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허희수 사장은 배스킨라빈스·던킨 브랜드 리빌딩을 주도하고 멕시칸 퀵서비스 브랜드 ‘치폴레(Chipotle)’를 국내·싱가포르 시장에 도입하면서 그룹의 외식사업 확장과 신사업 다각화를 추진 중이다.
농심그룹의 신동원 회장은 장남 신상열 전무를 미래사업실장으로 발탁해 ‘포스트 라면 시대’를 대비하고 있다. 신 전무는 지난 2021년 상무에 오른 지 3년 만인 지난해 전무로 승진했다. 미래사업실은 신사업 발굴에 특화된 신설 조직으로 실제 신 전무는 건강기능식품, 스마트팜 등 비(非)라면 신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아울러 미국·중국·동남아 시장 중심의 연구개발(R&D) 투자도 확대 중이다.
삼양식품 창업주 고(故) 전중윤 명예회장의 손자인 전병우 상무는 지난 2019년 해외전략부문 부장으로 입사해 이듬해 경영관리부문 이사로 쾌속 승진했다. 지난 2022년 삼양애니 대표를 맡은 뒤 2023년에 상무에 올랐다. 현재 ‘불닭’으로 상징되는 글로벌 히트 브랜드를 기반으로 단백질, 헬스케어 등 신규 식품사업 주도하고 있다.
오뚜기 함영준 회장 장남인 함윤식 부장은 올해 입사 4년 만에 마케팅실 부장으로 승진했다. 함 부장은 브랜드 전략과 글로벌 사업 실무를 담당하면서 경영 수업을 받고 있다. 여동생인 함연지씨도 지난 5월 오뚜기 미국 법인에 입사에 마케팅 업무를 수행 중이다.
CJ그룹도 세대교체의 중심에 있다. 이재현 회장의 장남 이선호 CJ 미래기획실장은 그룹의 중장기 성장 전략과 신사업 발굴을 총괄하고 있다. K푸드·K콘텐츠·바이오 등 핵심 사업 간 글로벌 시너지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의 장남이자 유력한 후계자로 꼽히는 담서원 전무는 지난 2021년 7월 오리온 경영관리팀 수석부장으로 그룹에 공식 합류했다. 1년 만에 경영지원팀 상무로 승진한 데 이어 지난해 말 전무에 올랐다.
담 전무는 그룹의 사업 전략 수립, 글로벌 사업 지원, 경영 관리 전반을 총괄하면서 사실상 그룹 핵심 의사결정 라인에서 경영 수업을 받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추진 중인 전사적 관리시스템(ERP) 구축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한편 경영 효율화와 글로벌 통합 관리 체계를 정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김호연 빙그레 회장의 장남 김동환 사장은 지난해 입사 10년 만에 사장으로 승진했다. 그는 나라별 현지화 전략과 마케팅을 강화해 수출 실적을 끌어올렸고, 빙그레는 지난해 ‘1억불 수출의 탑’을 수상했다.
실제 국내 식품 기업들은 기존 내수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현지화·프리미엄화를 앞세운 글로벌 전략으로 체질 전환을 꾀하고 있다. 젊은 리더들의 디지털 감각과 브랜드 기획력이 세계 시장에서도 통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K푸드가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지금 젊은 오너 3·4세들이 전통의 맛을 세계로 확산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면서도 “세계인의 입맛에 맞추는 과정에서 한국 식품 고유의 정체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세심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