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삼성바이오로직스]
[출처=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인적분할을 마무리하고 다시 증시에 모습을 드러냈다. 본업인 CDMO(위탁개발·생산) 사업에 집중하는 구조로 재편되면서 이제는 ‘복합 기업’의 굴레를 벗고 글로벌 톱티어를 정조준하고 있다. 시장은 이번 재상장을 단순한 절차가 아닌 ‘가치 재평가의 신호탄’으로 읽고 있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21일까지 거래정지 기간을 거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 변경 상장됐다.

이번 인적분할로 CDMO 사업은 존속법인인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맡고 바이오시밀러 부문은 ‘삼성에피스홀딩스’라는 신설 법인으로 분리됐다. 이로써 하나의 기업에 얽혀 있던 이질적 사업 구조가 해소됐다.

그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CDMO와 바이오시밀러라는 두 개의 큰 축을 동시에 끌고 가면서 외부에서는 “정체성이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특히 글로벌 제약사들과 거래를 트는 과정에서 복합 구조는 일종의 ‘할인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하지만 이번 분할로 이 같은 제약은 깔끔하게 제거됐다.

시장도 빠르게 반응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변경 상장 첫날 기준가 122만1000원의 147%인 179만7000원에 거래를 시작해 장 초반 184만1000원까지 급등하며 강한 매수세를 기록했다. 

거래 초기에는 차익 실현 매물이 출회되며 다소 조정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기준가를 웃도는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시장이 이번 분할을 통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글로벌 CDMO 시장에서 명확한 경쟁력과 성장 비전을 확보했다고 판단하고 있음을 반영한다.

분할 상장 종목의 시초가는 기준가격의 50~200% 범위 내에서 형성되는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시초가는 상단에 가까운 수준에서 결정되며 시장 기대를 입증했다. 증권가도 기업가치 상승에 무게를 두고 있다.

상상인증권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목표주가를 200만원으로 제시하며 시초가 대비 11%가량의 추가 상승 여력을 언급했다. 이달미 연구원은 “2030년 예상 순이익을 기준으로 글로벌 경쟁사 론자의 멀티플(주가수익비율)에 30%의 프리미엄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신설법인 삼성에피스홀딩스는 재상장 첫날 호가 최하단인 61만1000원에서 출발해 오전 10시 54분 현재 21.44% 하락한 48만원에 거래되며 약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상각비 부담과 신약 파이프라인 투자 확대 등이 초기 수익성에 압박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시장 일각에서는 단기적인 실적 부담에도 불구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성장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시각이 제기된다. 

삼성에피스는 이미 바이오시밀러 부문에서 안정적인 매출 기반을 확보한 상태다. 여기에 항체약물접합체(ADC), 이중항체 등 차세대 바이오 신약 플랫폼에 대한 투자를 본격화하며 새로운 성장 동력 마련에 나섰다. 특히 미국 FDA가 바이오시밀러 임상 절차 간소화를 추진하고 있어, 개발 기간 단축에 따른 사업 가속화도 기대되는 대목이다.

결국 이번 재상장은 단순한 재편이 아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CDMO 톱티어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기회를 잡았고 삼성에피스홀딩스는 신약이라는 새 판을 준비 중이다. 시장의 시선은 이제 두 회사가 얼마만큼 빠르게, 또 뚜렷하게 성과를 증명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정이수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인적분할은 양사 간 사업 정체성을 분리함으로써 이해상충 요소를 제거하고, 각각의 성장 전략이 더욱 뚜렷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이는 단순한 분할 이상의 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주주 친화적 선택”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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