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대산업개발. [출처=연합뉴스]](https://cdn.ebn.co.kr/news/photo/202511/1688024_706442_3739.jpg)
HDC현대산업개발의 영업활동현금흐름(OCF)이 올해들어 뚜렷한 유출로 돌아서며 현금창출력 약화와 차입 의존적 유동성 구조가 더욱 부각되고 있다. 미청구공사와 매출채권 증가로 영업현장에서 현금이 묶이고, 이자지급 등 고정성 지출까지 더해지면서 영업 기반의 현금흐름이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부족해진 현금은 단기·장기차입과 회사채 발행을 통해 메우는 구조가 반복되며 유동성의 '조달 편중'이 강화되는 모습이다. 다만 4분기 이후 기성대금·분양대금 회수 구간에 접어들면 상당 부분 상쇄될 수 있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HDC현산의 올 3분기 누적 기준 '영업으로부터 창출된 현금'은 –4869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1237억원의 플러스였던 지표가 반전된 것으로, 올해 미청구공사와 매출채권이 동시에 부풀면서 현금 회수가 둔화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3분기 누적 미청구공사는 9089억원으로 작년 말 7609억원 대비 1500억원 가까이 증가했고, 유동 매출채권 역시 9451억원으로 8000억원대에서 더 늘어났다. 공사 기성은 진행되지만 발주처 결제·분양대금 회수 속도는 느려지면서 실질 영업현금창출력은 약화됐다. 건설업 특성상 기성 인식과 실제 현금 유입 간 시차가 존재하지만, 올해는 그 간극이 더 커진 흐름이 확인된다.
영업 외 지출 요인도 현금흐름을 압박했다. 3분기 누적 이자지급액은 969억원으로, 시장금리 정체에도 불구하고 차입 규모가 확대된 영향이 컸다. 법인세 납부액도 149억원으로 확인되며 영업 기반 현금유입을 더욱 제약했다. 선투입 비용 증가와 운전자본 부담, 금융비용이 겹치며 OCF는 결국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눈에 띄는 건 회사의 대응이 사실상 '조달 중심'에 고착됐다는 점이다. 같은 기간 재무활동현금흐름은 6034억원 순유입을 기록했다. 단기차입금이 9300억원, 장기차입금이 4500억원 각각 증가했고, 회사채도 1503억원 발행됐다. 반면 단기차입 상환 5661억원, 유동성 장기부채 상환 2901억원이 이뤄졌지만 조달 규모가 이를 훨씬 상회했다. 다시 말해 영업이 벌어들이는 돈보다 외부에서 끌어오는 자금이 훨씬 많은 구조가 지속된 것이다.
차입 확대는 표면적으로는 현금및현금성자산 증가로 나타났다. 3분기 말 현금및현금성자산은 8631억원으로 작년 말 8245억원보다 늘었다. 그러나 증가분의 근원이 영업이익이 아닌 '조달'이라는 점에서 이는 완충적 성격에 가깝고, 자생적 현금력 회복과는 결이 다르다. 같은 기간 재고자산이 공정 진척에 따라 1조 3333억원으로 5000억원 이상 줄었지만, 이는 장부상 조정에 가깝고 단기 현금흐름을 직접 개선하는 요인도 아니다.
부채 측면에서도 부담은 여전하다. 3분기 말 총부채는 4조 9089억원이며, 이 중 유동부채가 3조 7824억원으로 상당 비중을 차지한다. 단기차입금 1조 7232억원, 장기차입금 4953억원 등 조달 구조가 단기에 편중돼 있어 향후 차환 부담이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영업현금흐름이 플러스에서 마이너스로 전환된 만큼 신용평가사들의 모니터링 강도가 높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물론 방어적 요소도 존재한다. HDC현대산업개발의 3분기 누적 매출은 3조 1219억원, 영업이익은 2072억원으로 일정 수준을 유지했다. 자체공사 부문이 191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실적 전반을 떠받쳤고, 수주잔고도 20조 6615억원으로 안정적인 매출 기반을 형성하고 있다는 평가다. 따라서 단기 유동성 위험이 즉각적으로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다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영업이익이 유지되더라도 현금흐름이 이에 따라오지 않으면 문제는 남는다. 건설업의 구조적 시차 문제에 더해 사고 관련 소송·행정절차가 아직 진행 중이며, 일부 PF·차입금에는 신용등급과 연계된 '기한의 이익 상실' 조항이 포함돼 있어 등급 변동 시 금융비용이 추가로 발생할 여지도 있다.
채권시장 한 관계자는 "HDC현대산업개발이 펀더멘털(기초체력) 측면에서 무너진 회사는 아니지만, 영업활동현금흐름이 플러스에서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은 유동성 관리에 더 신경 써야 한다는 신호에 가깝다"며 "다만 4분기 분양대금·기성대금 유입과 운전자본 회수 등이 예정된 만큼, 올 한 해 마이너스 폭을 상당 부분 보완할 수 있는지 여부가 향후 조달비용과 등급에 영향을 줄 관전 포인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