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원·달러 환율이 1470원을 넘어서면서 식품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출처=연합]](https://cdn.ebn.co.kr/news/photo/202511/1688366_706841_1841.jpg)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70원을 넘어서면서 식품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주요 원재료의 약 70%를 수입에 의존하는 구조 속에서 고환율이 장기화할 경우 원가 부담 누적에 따른 가격 인상 압박이 거세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1500원 돌파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업계 전반에 ‘속수무책’이라는 우려 섞인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1400원대에 머물던 원·달러 환율은 최근 1470원대까지 치솟았다. 이는 1년 전 대비 약 5% 상승한 수치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발표한 '2023 식품산업 원료소비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식품 제조업체들의 국산 원재료 사용 비중은 31.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밀, 옥수수, 대두, 원당 등 주요 원재료의 70%가량을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런 구조 속에서 환율이 오를 경우 수입 원가 상승은 불가피하다. 특히 식품업계는 원자재 외에도 포장재, 첨가물, 수입 가공식품 등 다양한 부자재를 외화로 구매하고 있어 원가 압박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실제 기업들의 지출에도 그 여파가 드러나고 있다. 오리온은 올해 1~9월 동안 원재료 매입액이 전년 동기 대비 13.8% 증가한 1조64억원을 기록했다. 롯데웰푸드 역시 같은 기간 12% 증가한 원재료 매입액을 집계했다. 이는 환율 상승뿐 아니라 글로벌 물류비, 인건비, 보험료 상승 등이 복합적으로 반영된 결과다.
환율 리스크는 모든 식품기업에 동일하게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의 경우 고환율이 오히려 실적 개선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삼양식품은 전체 매출 중 81%가 해외 매출로 구성돼 있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 3849억원을 달성하면서 지난해 연간 실적(3446억원)을 이미 넘어섰다.
하지만 내수 비중이 높은 기업들에겐 사정이 다르다. 오뚜기의 경우 수출 비중이 10% 안팎에 그쳐 환차익에 따른 방어가 사실상 어려운 구조다. 실제로 오뚜기는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이 2조7783억원으로 전년 대비 5%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0% 넘게 줄어든 1579억원에 그쳤다.
CJ제일제당, 롯데웰푸드, 대상 등 주요 식품기업들도 공시를 통해 환율 상승 시 수십억 원대 손실 가능성을 언급했다. CJ제일제당은 원·달러 환율이 10% 오를 경우 세후 이익이 13억원 감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롯데웰푸드는 같은 조건에서 세전 손익이 35억원 줄어든다고 했다.
원가 부담이 누적되고 있지만, 식품업계는 가격 인상에 쉽게 나서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물가 억제 정책 기조가 여전히 강하게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설탕 담합 혐의로 CJ제일제당, 삼양사, 대한제당 등 주요 업체들을 조사 중이다. 식품사들의 ‘슈링크플레이션(가격은 그대로지만 용량은 줄이는 전략)’에도 강도 높은 감시를 예고하고 있다.
식품업체들은 당장 가격 인상보다는 선물환 계약 확대, 공급처 다변화, 재고 확보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한 원가 방어에 나서고 있다. 예컨대 한 업체는 코코아 거래처를 기존 아프리카산에서 남미산으로 전환하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또 다른 기업은 팜유 및 설탕 재고를 연말까지 확대 확보한 상태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에도 불구하고 고환율이 장기화될 경우 가격 인상은 ‘불가피한 선택’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내년 사업계획 환율 가정을 기존보다 높여 1400원 중후반까지 설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현재로선 가격 인상보다도 원가 부담을 어떻게 흡수할지에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