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수출이 12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원화강세가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연합뉴스

[세종=서병곤 기자] 원화 가치 상승(환율하락)이 갈수록 가팔라지면서 12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는 우리 수출에 직격탄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낮아질수록 우리 수출기업들이 실질적으로 얻는 수익성이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27일 산업통상자원부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10월 한달 평균 1129.48원에서 지난달 1~15일 평균 1115.35원으로 내려갔다.

16일(1099.00원)에는 1100원선이 붕괴됐으며 현재 1080원대로 뚝 떨어진 상태다.

이처럼 원화 가치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에 유입되는 달러가 급증하고 있는 것에서 기인한다.

달러 유입 증가의 첫 번째 이유로 수출 호조세를 들 수 있다.

우리나라 수출은 지난해 11월 플러스 성장(전년대비)으로 전환된 이후 지난달까지 12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올 3분기 누적(1~9월) 수출액은 반도체, 일반기계, 철강 등 주력품목의 수출 호조에 힘입어 사상 최고치(4301억9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17일에는 우리나라 연간 수출액이 역대 최단기간 5000억 달러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두 번째로 이유로는 국내 주식시장 호황을 꼽을 수 있다.

지난 7월에 종가기준으로 2400선을 넘은 코스피 지수가 지난 10월 30일 종가기준 2500선을 돌파하며 사상최고치(2501.93)를 기록했다.

올해 한국경제 3% 성장 달성과 기업들의 실적 기대감에 외국인을 비롯한 개인, 기관투자자들이 주식을 대거 매수한 것이 코스피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이러한 주식시장 호황 여파로 지난달 외국인의 국내 상장주식 보유 잔고도 사상 최대치(651조2000억원)를 기록했다.

정리하자면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와 국내 상장주식을 사기 위해 유입된 달러가 우리돈 원화로 교환되면서 금융시장에 달러량이 많아지고 원화량이 부족해져 원화강세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원화강세가 날로 확대된다면 우리 수출기업들이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점이다.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가 많다 하더라도 가치가 높은 원화로 바꾸면 수출 기업들이 손에 쥐는 수익이 낮아 질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수출 총액이 늘어나도 내실이 악화되는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신유란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 하락은 수출 기업의 채산성 악화, 수출 둔화로 인한 경제성장 둔화 등으로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곽해선 경제교육연구소 소장은 "나빠지는 채산성을 만회하기 위해 우리 기업들이 수출품 판매가를 올려 기존 판매량만큼 팔 수 있다면 이익 수준을 유지할 수 있겠지만 그만큼 우리 수출품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수출 경쟁국인 일본, 중국 등에게 시장 점유율을 빼앗길 수 있는 위험을 노출하게 된다"고 말했다.

정부도 최근 가팔라지고 있는 원화강세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품질 등 가격 외적 요인이 중요한 반도체, 디스플레이를 비롯한 가전, 무선통신기기, 선박 등 주력 수출 업종에 대한 환율 영향은 제한적있지만 석유제품·석유화학·일반기계 등 일부 업종의 중소·중견 수출기업들은 환율 하락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면서 "이들의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도록 현재 시장 상황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수출 호조세를 보이고 있는 현 상황에서는 원화강세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일반적으론 수출이 잘 돼서 달러가 넘쳐나면 원화가 강세로 가고 그 결과 수출이 줄어 환율이 다시 올라간다"면서 "우리나라가 수출 호조로 높은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는 원화가 절상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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