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소매 및 음식숙박업은 상대적으로 영세한 산업규모에도 제조업 다음으로 청년임금체불액이 많았다.
소상공인의 지급능력이 날로 악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분기 국민소득 잠정치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0.6%로 전 분기 1.0% 대비 0.4%p 낮았고, 서비스업은 0.5%로 전 분기 1.1%에서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서비스업 중 도소매 및 음식숙박업의 성장률은 올 1분기 -0.8%, 2분기 0.8%로 나타났다. 6개월(2분기) 동안 성장이 제자리걸음을 한 셈. 액수로 보면 해당 업의 국내총생산은 올 1분기 39조4721억원에서 2분기 39조7883억원으로 약 3000억원 늘어났다. 2분기 수치를 지난해 4분기(39조7744억원)와 비교하면 약 100억원 차이다. 부가가치 창출 증가분이 거의 없었다는 얘기다.
도소매 및 음식숙박업뿐만이 아니라 전체 경제성장률로 봐도 둔화세는 뚜렷하다. 2분기 성장률인 0.6%는 속보치 0.7%보다 0.1%p 하락한 수치다. 한은은 "속보치 추계시 이용하지 못했던 분기 최종월의 일부 실적치 자료를 반영한 결과 설비투자(+0.9%p)가 상향 수정된 반면 건설투자(-0.8%p), 수출(-0.4%p), 수입(-0.4%p)은 하향 수정했다"고 설명했다.
소비와 투자 모두 저조한데다 수출도 1분기 4.4%에 비해 급감한 0.4%를 2분기에 기록하면서 정부와 한은이 전망한 올해 연 2.9%의 성장률을 거두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2분기와 상반기 전체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은 2.8%였다. 남은 3·4분기 평균 성장률이 전기 대비 0.91~1.03%이 돼야 전망치를 달성할 수 있다.
신승철 한은 국민계정부장은 "전망 수정 가능성은 내달 조사국이 경제 여건을 감안해서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을 아꼈다.
우리 국민이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소득의 실질 구매력을 보여주는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지난 1분기 대비 1.0% 감소한 407조1043억원이었다. 국내 교역조건이 악화되면서다. 지난해 4분기 -1.2% 이후 또 다시 역성장을 했다.
구매력이 감소하니 소비도 영향을 받았다. 민간소비는 0.3% 증가해 2016년 4분기 이후 가장 부진했다. 정부소비 증가율도 1분기 2.2%에서 2분기 0.3%로 저조했다. 신승철 한은 국민계정부장은 "2분기 민간소비가 부진하다고 보진 않는다"며 "지난해부터 완만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국내총생산에 대한 민간소비의 기여도는 1분기 0.3%포인트에서 2분기 0.2%포인트로 줄어들었다. 그 영향으로 최종소비지출의 GDP 기여도는 0.7%포인트에서 0.2%포인트로, 내수의 기여도는 1.2%포인트에서 ·0.7%포인트로 내림세를 탔다. 8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9.2로 17개월 만에 장기평균(100) 밑으로 떨어지는 등 하반기에도 민간소비 전망은 밝지 않다.
경기 변화에 크게 민감한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은 소비 부진으로 인한 어려움이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 올 2분기 산업별 대출금은 1082조7000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12조9000억원 늘었다. 이 중 도소매업과 음식·숙박업 대출 잔액이 190조8000억원으로 6조원 오르며 한은이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08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전체 산업 대출금의 증가분 절반을 도소매업과 음식·숙박업이 차지하는 셈이다.
전인우 중소기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서울시 숙박·음식업종 소상공인 68%, 도·소매업을 영위하는 소상공인 72%가 근로자 평균임금보다 낮은 소득을 벌고 있다고 발표했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의 도소매업 고용률 둔화는 최저임금 인상과 보다 긴밀하게 연계돼 있다"고 분석했다.
영세 사업주의 지불 능력 저하로 임금체불이 증가하는 추세도 나타나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인 신보라 자유한국당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연도별 임금체불 중 청년임금체불' 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올해 청년임금체불 신고액은 898억4300만원, 신고자수는 3만9907명으로 집계됐다. 제조업(282억6200만원)에 이어 도소매 및 음식숙박업(230억700만원)이 청년임금체불 신고액이 많았다.
최저임금 인상과 경기침체로 소상공인의 어려움이 커지자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당정협의를 개최하고 2019년을 대상으로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최저임금 상승 등 자영업자 부담 증가에 따라 약 7조원+α 규모의 대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2018년 대비 약 2조3000억원 증가한 규모다.
그러나 이런 '예산 폭탄'에도 중소기업계가 원했던 최저임금 업종·규모별 구분적용 등의 내용은 담기지 않아 아쉽다는 반응이 업계에서 나온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최저임금 문제는 최저임금 문제로 풀어야 한다"며 "다른 돈으로 이를 지원한다는 총량 보전의 문제로 풀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