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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수출 상품 가격이 다른 수출주력 국가들에 비해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대외요인 변동에도 제값을 받을 수 있도록 수출 품목의 고부가가치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10일 세계무역기구(WTO)의 '월별 공산품 수출·수입 물가지수'에 따르면 한국의 수출물가지수는 지난해 11월 73.6으로 기록됐다.

수출물가지수는 수출 상품의 가격 변동을 측정하는 통계로 더 높은 가격에 수출하면 수출물가지수가 올라가고, 가격이 낮아지면 지수도 하락한다.

WTO가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05년 1월 각국의 수출물가지수를 100으로 설정한 뒤 매달 증감률을 반영했다.

한국은 2005년 1월 100에서 시작한 수출물가지수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전까지 'U'자를 그리다가 금융위기 충격으로 70대로 떨어졌다. 이후 세계 경기 회복세와 함께 반등해 80대를 유지했다.

2015∼2016년에는 국제유가 하락 등의 영향으로 60대까지 하락했지만, 이후 2017년 하반기부터 2018년 상반기까지 반도체 초호황기와 유가 상승 등 덕분에 상승 흐름을 탄 바 있다. 그러나 최근 다시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2018년 11월 다른 국가의 수출물가지수는 미국 117.3, 캐나다 117.7, EU 115.0, 스위스 164.2, 일본 86.0, 대만 90.3, 싱가포르 90.3이다. 2010년 3월에 집계를 시작한 싱가포르를 제외하더라도 그동안 한국이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미국, 캐나다, EU, 스위스는 기준점으로 설정한 2005년 1월보다 수출물가지수가 올랐다. 이들 국가가 수출하는 품목에 대한 수요가 늘었거나 수출가격이 높은 품목 비중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수출 주력품목인 반도체, 석유화학, 석유제품, 철강, 자동차 등이 선진국 품목보다 대외요인에 취약해 가격 변동이 크다고 지적한다.

반도체는 2017∼2018년 초호황기를 누렸지만, 그전에는 사이클에 따라 등락을 반복했고 최근 가격이 하락하며 전체 수출을 끌어내리고 있다.

석유화학과 석유제품은 유가가 가격을 좌우한다. 유가는 작년 일시적으로 반등했지만, '셰일 혁명' 등의 영향으로 최근 수년간 하향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철강은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가격이 많이 하락했고, 자동차는 독일이나 일본 등 경쟁국보다 가격이 낮고, 단가가 높은 전기자동차나 SUV 비중이 크지 않다.

문병기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같은 물량을 수출해도 기업이 더 많은 이익을 가져갈 수 있는 고부가가치 전략이 필요하다"며 "스위스제 시계와 같은 고급 소비재는 경기 등락과 상관없이 일정 수요가 유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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