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금융과 KB금융 우리사주조합이 사외이사 추천 제도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오는 20일 열리는 임시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표심을 얻어야 하는 만큼, 각자 설득력 있는 상황을 만들기 위한 물밑 싸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 우리사주조합은 주총에 앞서 사외이사 후보 추천제도에 힘을 싣기 위해 추가 지분 매수를 단행했다. 공격적인 행보라는 평가다.
우리사주조합은 지난달 16일부터 이달 6일까지 조합원 참여로 조성한 676억원 규모의 자금으로 161만6118주를 추가 확보했다. 이에 따라 우리사주조합의 지분율은 1.34%에서 1.73%로 증가했다.
우리사주조합은 KB금융의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9.97%)과 JP모건 체이스뱅크(6.40%), 싱가포르정부(2.15%)에 이은 5대 주주로 올라섰는데, KB금융지주가 보유한 자사주(5.06%)를 제외하면 실질적인 4대 주주라는 설명이다.
조합은 지분율 3%를 목표로 지속적으로 자사주 매입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조합은 "현재 임직원들의 자기자금 출연을 통해 매월 40억원 규모의 시장 매입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합의 공격적인 지분매수는 현재 추진 중인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 방안에 더 많은 지지를 얻기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해석이다. 이와 관련 KB금융 우리사주는 오는 20일 열릴 임시주총에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하는 주주추천 이사제 도입을 노리고 있다.
조합은 지난 9월29일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전문가인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와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를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하는 내용을 담은 주주제안서를 정식 접수했다.
우리사주조합은 "이들 사외이사 후보는 ESG 영역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전문성 및 풍부한 실무경험을 바탕으로 독립적인 위치에서 사외이사의 취지에 맞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기업가치 향상에 기여할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조합의 사외이사 추천 시도가 현재 KB금융에는 ESG 전문 인력이 없다는 주장이 배경인 만큼 KB금융 측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직·간접적으로 드러내는 중이다.
실제 KB금융은 지난달 신종자본증권 형태 ESG 채권을 발행했다. ESG 채권은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 개선과 관련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을 말한다.
앞서 KB금융은 지난달 20일 5000억원 규모의 ESG채권을 발행했다. 당초 3000억원 규모 발행을 준비했지만, 증권사·보험사·공제회 등 다양한 투자자들이 모집 예정금액의 2.8배인 8540억원을 응찰해 발행 규모를 5000억원으로 늘렸다고 게 KB금융의 설명이다.
KB금융 관계자는 "이번 ESG 채권은 국내 금융지주사로서는 처음 발행하는 원화 ESG 채권"이라며 "친환경, 사회적 가치 창출 사업에 대한 금융지원을 목적으로 발행된다. 신종자본증권 형태로 발행되기 때문에 그룹의 자본 적정성도 소폭 개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KB금융은 지난 9월16일에는 ESG 적격인증기관인 '딜로이트'로부터 ESG 채권 관리체계, 지속가능채권 발행에 대한 인증을 획득하기도 했다.
KB금융은 환경 보호 목적 민·관 연합체에 참여하기도 했다. KB금융그룹은 지난 11일 서울 을지로에 위치한 SKT타워에서 환경부, 서울시 등 총 23개 기관 및 기업과 함께 일상 생활의 환경 보호 실천 및 플라스틱 사용량 감축을 위한 연합체인 '해빗 에코 얼라이언스(ha:bit eco alliance)' 출범식에 참석했다.
해빗 에코 얼라이언스는 일상 생활 속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기 위한 습관을 정착시키고 지속 가능한 환경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정부 및 지자체, 커피 프랜차이즈, 기업 등 민·관의 다양한 구성원이 참여하는 연합체다.
KB금융은 사옥 카페 및 임직원의 친환경 프로젝트 참여, 친환경 금융상품 개발 및 우대혜택 제공 등 플라스틱 감축과 관련된 다양한 실천 방안을 추가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또한 KB금융은 지난달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이 발표한 '2020년 상장기업의 ESG 평가 및 등급 공표'에서 국내 금융회사 중 유일하게 통합등급 및 환경·사회·지배구조 전 부문에서 모두 A+등급을 획득했다고 밝히는 등 ESG 역량은 이미 충분하다는 입장을 은근히 드러내고 있다.
판가름이 날 주주총회가 1주일 정도 더 남은 만큼 사측과 조합의 신경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조합은 임시 주주총회 개최 공시와 이사회의 주주제안 안건에 대한 반대 의결권 권유 대리 공시가 선행된 만큼 조합에서도 찬성 의결권 권유 대리를 공시하고 이사회의 논리를 반박하는 적극적인 주주 설득 작업에 나설 예정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절반 이상의 지분율을 갖고 있는 외국인 주주가 이미 (사외이사 추천에 대한)반대 의견을 밝히고 있는 데다 이사회도 공식 반대를 표명한 상황 이라 올해도 통과 가능성은 사실상 없는 상황이지만, 조합과 노조의 연대가 경영 참여 의지를 지속적으로 드러내고 있어 당분간 심리 싸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